이 글은 구마모토 아소산에 가는 법 + 등산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개인 여행 기록이기도 하고, 여기 가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구글링해보니 별로 유효한 정보가 없어서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 글 전반부는 구마모토역을 기준으로 대중교통으로 아소산 가는 방법, 후반부는 아소산 여행기니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될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아소산 가기

 

 

 아소산에 가려면 우선 거의... 일단 아소역에 간다 -> 아소산 정상터미널(화구 바로 앞, 해발 약 1100미터)로 아소산 정상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간다의 두단계로 보면 된다. 그래서 우선, 아소역으로 가는게 첫 번째 과제이다.

 

 

 아소역을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전철이 있는데... 갈 때는 버스로 가고 올 떄는 전철로 왔다. 두 방법 다 이것저것 고려해보면 또이또이해서 그냥 시간 맞는 방법으로 가면 될 거 같긴 한데, 개인적으론 직행 버스(후술)>>>특급 열차>>>일반열차>일반버스 정도인 것 같다.

 

- 직행 버스

 놀랍게도, 아소역을 거치지 않고 구마모토역에서 아소역 정상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만 유일하게 아소역을 거치지 않는다. 시간은 구마모토역에서 역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게 하루에 왕복 딱 한편씩만 있는데, 이 버스를 탑승하는게 가능하다면!!! 무조건 이 버스를 타는 걸 추천한다. 일단 다른 방법은 다 환승을 해야 하고, 환승하려고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이거 타는게 낫다. 물론 직행이라 해서 논스톱은 아니고... 진짜 중간에 ㅈㄴ 많이 선다. 사실 직선거리로 먼 거리가 아닌데... 어디 청사고 들르고 공항도 들르고 호텔도 들르고 아주 여유롭게 다닌다. ㅎㅎ

예약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성수기 주말이면 다 찰수도 있을거 같으니 예약 하는게 좋을 것 같다. 

 

https://www.sankobus.jp/bus/asosen/jikoku/

 

時刻・運賃 | 九州・熊本を走る 産交バス情報サイト

 

www.sankobus.jp

 참고로 이 버스 노선 안내 사이트는 페이지 하단에 時刻・運賃 를 누르면 시각표랑 운임 조회가 가능하다.

 

- 노선 버스

 

https://www.sankobus.jp/bus/yamabiko/jikoku/

https://www.sankobus.jp/bus/oudan/jikoku/

 

아소역까지 약 2시간 걸린다. 물론 이거 걍 시내버스 느낌이라 역시 온갖 군데 다 선다. 

 

 

- 열차

 

특급 열차랑 일반 열차가 있는데, 일반 열차는 대부분 히고오즈라는데까지만 가고, 거기서 다시 환승을 해서 아소역까지 가야 한다. 특급은 별도의 환승 없이 한시간 반 정도만에 아소역까지 데려다 준다. 하지만, 특급은 하루에 진짜 몇편 없어서 시간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이상 아마 일반 열차만 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 구마모토까지 올 정도면 버스든 열차든 패스를 하나 들고 있을텐데, 그 패스에 맞춰서 타면 될 것이다. 그리고 특급열차 탈 꺼면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표는 아래 참고

 

https://japantravel.navitime.com/ko/area/jp/timetable/00001969/00000027?direction=down&date=2023-08-06&next=00007666&move=train#80180005 

 

구마모토 JR 호히 본선 방면 미야지/오이타 시간표 | Japan Travel by NAVITIME - 일본 여행 가이드,

 

japantravel.navitime.com

 

- 아소 정상선

 

직행버스를 제외한 모든 방법들은 아소역까지 올 거고, 그러면 아소역에서 아소산 정상까지 또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다행히, 이 버스들은 우리가 탈만한 열차/버스에 맞춰서 스케쥴이 짜여 있으니 시간을 맞추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https://www.sankobus.jp/bus/asosen/jikoku/

 

時刻・運賃 | 九州・熊本を走る 産交バス情報サイト

 

www.sankobus.jp

 

 

오는 건 가는 루트를 시간표에 맞춰 반대로 오면 된다. 대신... 일본은 관광지 끝나는 시간이 무지 빨라서 늦어도 4시에는 아소산에서 탈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아소산 관광(?)하기

 

 

 나는 원래 특급열차를 타려다 실패했는데, 우연히 직행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탑승했다. 이 버스는 예약도 받지만 현장에서 결제도 가능해서, 평일 구마모토 출발이면 아마 버스를 못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구마모토역에서는 나 혼자 탔다.

 

 근데 이 버스가 온갖 군데를 다 쑤시면서 한두명씩 태우더니, 특히 구마모토 공항에서는 꽤 많이 타서 순식간에 버스가 절반정도 들이 찼다. 평일에만 이 정도였으니, 아마 주말에는 인원이 꽉 찰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한시간 반쯤 지나면 진짜 아소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풍경은 약간... 한라산 정상부 or 대관령 목초지 느낌이다. 일단 여기부터 풍경이 시원~하고 이국적이라 맘에 들었다.

 

 

 

 올라가다보면 말 타는데도 보이고... 암튼 멋있다. 저 멀리 구름낀데가 아마 아소산 정상이었던 것 같다. 연못(?)도 있고 그냥 한라산 느낌이 많이 난다.

 

 

 종점인 정상 터미널에서 내려주는 데 여기는 사진은 안 찍었다. 그냥 말 그대로 시골 터미널 느낌으로 화장실있고 기념품 파는데 있고 자판기 몇개 있다. 위에는 화장실 없으니 여기서 볼일을 보고 가면 된다.

 

 

  근데 아직 더 가야한다. 활화산 구경하려고 왔는데... 아직 주변 풍경은 한라산스럽다. 그래서...위 사진처럼 아소산 정상광장에서 또 화구까지 가야 한다. 여기는 셔틀버스도 있고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셔틀버스는 5분, 걸어서는 20분 정도 걸린다. 근데 셔틀버스가 편도 500엔이니까 솔직히  날강도다. 갠적으로 이정도는 그냥 걷는거 추천, 아니면 최소 하산길은 그냥 걸어오기 추천. 구글맵 위성사진만 보면 화산재로 덮여서 5분만 걸어도 바로 폐암 걸릴거처럼 생겼는데 지금은 전혀 안 저렇다. 아마 분화하고 난 뒤에 찍은 위성사진이 아닐까 한다.

 

 

입구는 이렇다. 여기가 활화산이다 보니 화산활동이 심해지면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니까.. 아소산 구글링하면서 혹시 출입이 통제되지 않나 확인을 해야 한다.

 

 

 참고로 위의 차도는 사람이 못 들어가고, 사람용 화구가는 길은 조금 옆에 따로 있다. 잘 모르면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 가는 거 따라가면 된다.... ㅋㅋ 내가 위에서 말했듯이, 구글 위성지도에는 무슨 폼페이처럼 나와있는데 보다시피 초록이 우거져있다. 막 화산재길을 걷는 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이렇게 무난무난하게 차도랑 인도가 나란히 있다.

 

 

 

 화구 전망대에 가면 이런 칼데라들을 볼 수 있다. 한 쪽에서는 연기가 뭉게뭉게 나오는데 난 처음에 이게 안개인줄 알았다. ㅡㅡ; 주변이 되게 화산스럽고 삭막해서 진짜 화산으로 재가 된 지역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화산가스 냄새도 난다. 내가 갔을 땐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는데, 걍 지나다보면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정도. 호흡기가 예민한 사람은 코로나떄 쓰던 KF 마스크 하나 들고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은 놀랍게도 이게 끝이다. 그리고 내려가면 된다. 그리고 이걸로 부족하면... 나는 안 가봤지만 정상 터미널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는 쿠사센리나 화산 박물관을 관광하면 된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주변이 워낙 나무 같은게 없이 트여있어서 해방감도 느낄수 있고 올라오는 길 자체가 드라이브라서 관광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을거 같아서 다른 재밌는걸 계획해왔다.

 

 

아소산 등산하기

 

 여기부터는 아소산 정상 등산에 대해 다룬다. 아니 이미 차로 다 올라왔는데? 라고 할수 있지만... 놀랍게도 아소산은 최고봉이 1592미터인데 '정상' 광장은 고작 1100미터이다. 그래서 그 500미터가 어딨냐고?

 

 

아까 화구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가져왔다. 뒤에 뭔가 구름으로 가려진 높은 곳이 있다. 남은 500미터는 저기서 찾아올 것이다. 물론 화구를 건너갈수는 없으니 우회를 해야한다.

 

 

 

보행로 입구에 이렇게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가장 높은 타카다케(高岳, 1592m) 까지 초록색 길 따라서 갔다가, 왔던 길 그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까 정상 터미널 자판기에서 물 세통 뽑고 준비 완료했다.

 

 

등산로는 화구 올라가는길 중간에 이렇게 나 있다. 초반부는 역시 위 사진처럼 굉장히 평탄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운동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가면서... 와 진짜 화성을 탐사하는 유인 탐사자가 보는 게 이런 광경일까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풀 안포기 안나고 흙도 아닌 화산재 비스무레한 뭔가로 덮인 황량한 지대를 지나간다. 이 광경은 화구 가는 길에서는 볼수 없는 광경이니까 기왕 걸어올라갔다면 여기 정도는 산책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런 편안한 산책길이 20분 정도 이어진다. 

 

 

  이건 용암이 내려온 흔적..? 일까

이쯤부터 슬슬 길에 바위가 섞이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운동화나 간편한 복장이라면 여기까지만  오는 걸 추천한다.

 

 

 여기가 주변에 나무같은게 하나도 없다 보니 앞쪽에 길이 훤히 보이는데, 이 부근부터 길이 사라져 있길래 ??? 를 띄우면서 걸어갔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게 등산로이다. 

 

 

 걍 돌무데기 비탈이 아니라 진짜 등산로 맞다.

 길 잃을 염려는 없이 화살표가 다 칠해져 있으니, 침착하게 화살표 따라서 가면 된다. 좀 험하긴 하고 군데군데 손도 쓰면서 올라갔는데, 막 엄청 험하다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국에서 어느정도 등산을 해 봤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그래도 운동화로는 솔직히 밑창이 박살나던가 발목이 박살나던가 할 거 같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이 험한 길을 30분쯤 올라오고 나면 드디어 능선에 진입한다. 저 멀리 전망대와 화구도 보인다. 벌써 엄청 멀리 왔더라...

그리고, 이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날씨가 흐렸는데, 능선에 올라가자마자 주변에 바람 막을 데가 없어서인지 바람이 개 시발같이 많이 불었다. 진짜 욕이 나온다!!! 핸드폰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로 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내가 바람막이를 챙겨서 다행히 바람 떄문에 체온이 엄청 떨어지진 않았는데, 여기가 아무래도 주변에 산맥같은것도 없고 그냥 평지에 덩그러니 화산이 솟아 오른 구조이고 + 알고보면 한라산 정상이랑 고도 차이도 나지 않아서(1592m vs 1950m) 평일에도 꽤 바람이 불 것 같아서 강풍 대비책으로 바람막이 등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여기까지 오면 고도는 꽤 올린 덕에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여기부터는 길이 아니라 바람이 엄청나게 문제였다. 내 몸이 스틱과 나란히 기울어져서 / \  모양으로 걸어다녔다.진짜 말도 안되는 바람이었다.

 

 

 중간에 나카다케(中岳)이라는 1506m 봉우리를 거쳐가는데, 말 그대로 가는길에 거쳐가는 봉우리고 바람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못찍었다. 근데 뭐 특별한건 없고 정상이랑 보이는 풍경은 비슷했다. 아무튼 급경사 이후에도 30분 정도 능선길을 더 걸어야 했다.

 

 

 

마지막 바위길을 올라가면....

 

 

 

 드디어 아소산 정상 타카다케, 해발 1592m이다. 뒤에 바로 지상이 보일 정도로 주변이 탁 트여서 풍경은 시원했다. 여기까지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일본까지 무겁게 등산 장비를 들고 온 보람이 있어서 뿌듯했다. 

 

 

 

 

내가 강풍때문에 사진을 많이/제대로 못찍어서 그렇지 진짜 탁 트여서 해방감도 들고 너무 멋진 광경이라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는데... 일단 원래 계획은 가져온 핫도그빵을 정상에서 먹으면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정상 근처엔 머 오두막이나 바람을 피할만한 데가 하나도 없이 그냥 정상표지만 덩그러니 있었다. 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쳐서 핫도그를 뜯는 순간 빵 속의 후랑크 소세지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뭔가 먹는 건 포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서 아 씨바 X됐다! 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우의는 챙겨왔는데 문제는 비가 오면 아까 그 바위길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날 거 같았다. 그래서 비가 내리기 전에 아까의 험한 바위길을 통과하는 걸 목표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저 멀리 정상 터미널과 화구 전망대가 보인다. 사실 화구를 이렇게 높은데서 보는것도 아소산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못 보는 광경이다. ㅎㅎ

 

 

 

서둘러서 바위길을 내려왔다. 아까보다 까만 구름이 많아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등산이 끝날때까지 비는 안 내려서 다행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내려왔다. 저 구름덮인 곳이 한시간 반 전에 내가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갈 때는 아소역까지 버스를 타고, 아소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김에 싸왔던 핫도그와 초코바를 다 씹어먹었다. 역시 운동하고 나서 먹으니까 맛있었다.

 

 

일본 시골역 감성 역시 너무 좋다...

 

 

 

 

소감

 단순히 화구 전망대만 갔다 오는 거보다 훨씬 재밌고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나는 쉬는 시간 없이 서둘러서 내려와서 3시간 반 정도 걸렸고, 일반적인 등산으로는 4시간~4시간 반 정도 잡으면 넉넉할 것이다. 등산을 안하던 사람이면 좀 힘들수 있긴 하겠지만...  장비(등산화+스틱+방풍수단+모자)만 있으면 충분히 등산할 수 있는 정도로 생각된다.  먹을 거리만 산 밑에서 좀 챙겨오는 게 좋고 음료수는 정상 자판기에서 뽑자.

 

 

 한국에서 왕복 2시간 이상 산행을 해봤으면 등산화만 있으면 아소산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츄라이 츄라이. 대신 나처럼 흐린 날에는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날씨가 안 좋아서 바람이 더욱 심했던 것 같다.

 

 나는 학교의 현장실습지원 시스템을 통해, 직원수 5명 이내의 조그만 스타트업 기업에서 겨울방학 2달 간 개발 인턴을 수행했다. 회사측에서 주는 돈은 없이, 학교에서 지원하는 인턴 지원금만 받으며 일을 하고, 많은 걸 느꼈는데 그 점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회사는 e-커머스나 타사의 광고대행 등을 맡는 기업이고, 설립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이었다. 직원분들 모두 매우 젊은 분들이었고, 휴게실이나 탕비실은 모두 타 회사들과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의 형태였다. 사무실은 넓지는 않았지만 꽤 쾌적했다.

 

 

 하는 업무는 웹 페이지에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트래픽 분석 툴을 삽입하고, 이 정보들로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업무... 라고 인턴 공고 때 봤었다. 사실 이런 업무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론 이미 툴이 다 해주기 때문에, 개발보다는 오히려 마케팅 쪽에 가까운 업무이다. 물론 이 점은 지원할 때부터 알고 있었고, 무언가 그럴듯한 개발 업무를 할 만한 자리는 대부분 취업연계형으로 졸업예정자를 뽑고 있던 지라 그냥 현업만 경험해보고 가자는 느낌으로 지원했다.

 

 

 결과는, 구글 애널리틱스의 'ㄱ' 자도 볼 일이 없었다. 회사에서 타 업체가 사용할 웹 사이트 개발 업무를 수주하게 되어, 나와 다른 SW 인턴 두 분과 함께 해당 사이트 개발 프로젝트를 두 달동안 진행하게 되었다. 정확히 두 달 내내 저 프로젝트를 한 건 아니지만, 거의 80% 이상의 업무가 저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있었으므로 이번 인턴의 메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1. 수평적인 분위기의 회사

 사실 이건 기성 회사들도 회사마다 다른 점인데, 일단 스타트업은 대부분 수평적인 분위기로 알고 있다. 일단 대체적으로 나이대가 높지 않다 보니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편이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거의 젊은 분들이다. 직접 다녀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일단 사원이 매우 적다 보니 인원 한명한명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게 되고, 딱히 실무진과 경영진이라는 구분이 없다. 그냥 일이 닥쳐오는 대로 다 나눠서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원들 간의 업무의 괴리감 같은 것도 없다. 대표와 팀장, 인턴이 한 자리에서 일하며 직접 의견 교환을 해야 하는 환경이라, 개인적으론 직함의 구분이 잘 안 느껴졌다. 물론 상호간 모든 의사소통은 당연히 존대를 사용했다.

 

 

2. 팀플 이상의 실무 프로젝트 경험

 

 일단 이 회사가 SW와 조금 관련이 있긴 하지만, IT 전문 회사가 아니었다. 이번 인턴모집을 담당했던 컴퓨터공학과 출신직원분은 계셨지만 사내에서 수행하는 직무는 개발 업무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사내에 개발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없었다. 그래서 따로 멘토 없이 SW인턴들끼리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내가 프로젝트의 팀장 역할을 하게 되어 팀원들 간 업무 분담이나 논의 등을 조율하게 되었고, 나중엔 아예 PM 겸 CTO 역할을 했다.

 

 

 개발 업무는 팀 프로젝트와 거의 유사했다. 주어진 과제를 받고, 학생들끼리 해당 과제에 맞춰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고객사에 발표하는 과정이었다. 나도 방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느낌으로 다녔다. 하지만 팀 프로젝트와 크게 다른 점이 몇 개 있었다.

 

 

 우선, 일반적인 학교 프로젝트는 정해진 주제에 맞춰 어느 정도 고정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라면, 회사에서의 개발 업무는 주제만 정해지고 나머지는 전부 자유로웠다.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편하게 만드는게 Best였다. 의뢰받은 사이트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웹개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고려하여, python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이트를 제작하면서 기술적인 애로사항이나 모호한 부분에 대한 질문,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사항은 직접 기획자님과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수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의 개발 외적인 툴을 가져와서 사용했다. 

 

 

 두 번째로, PM 역할을 하게 되면서 느낀 것이, 학교 프로젝트와 달리 개발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기획자 등)과 필히 소통을 할 일이 생기는데, 이 사람들에게 우리의 작업을 일상 언어로 표현하는 화법이 필요 했다. 특히, 최종 발표는 우리의 개발 과정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오직 구현 결과물로만 평가하는 사람들이라서, 우리의 작업물을 단순히 표현하는 걸 넘어 멋있게 포장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여기서 가장 도움이 됐던 게 문서였다. 나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어느 정도 문서를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사람들을 설득할 땐 그냥 줄글보단 수치와 표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숫자를 증거로 주장이나 설득을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해 주었다. 글 쓰는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직접 쓴다는 점으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팀프로젝트 같은 경우엔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바로 버려지는 일이 흔한 데, 내가 회사에서 작업한 결과물들은 단순히 발표하기 위핸 프로젝트가 아니라 단 한명일지라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이 존재하는 프로젝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유지보수나 관리 등을 위해 로그 작성이나 모듈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무엇보다도  무급으로 일함에도 프로젝트에 애착이 꽤 많이 갔다. 그래서 더욱 신경쓰며 코드를 작성한 것 같다. 특히 모듈화는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는데, 회사 특성상 크롤링을 할 일이 많았고 크롤링 프로그램 제작 요구가 몇 건 있었는데 첫 프로그램 개발 때 직접 작성한 모듈을 인턴 프로그램 내내 사용했다.

 

 

3. 실무 경험

 2번이 개발의 의미에서 실무라면, 여기는 그냥 일반적인 의미의 실무이다. 사내에서 slack이나 notion, asana 같은 업무용 툴을 많이 사용했는데, 각 툴마다 특징이 있다. 저런 툴은 학교 생활할땐 사용해 볼 일이 전혀 없는데, 저 툴들을 사용해 본다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보통 저런 툴은 사용하더라도 특별한 일 없으면 개인용 무료 버젼을 이용하는데, 회사에서는 기능이 추가된 유료 버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신기한 기능들도 많이 사용해 보았다.

 

 

 e-커머스 회사다 보니 회사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의 쇼핑몰에 제품을 올리고 판매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 크롤링을 위해 이런 쇼핑몰 계정에도 조금 손댈 일이 있었는데, 대충 이런 쇼핑몰들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언젠간 이런 지식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직급만 인턴이고 월급을 제외하면 정직원과 거의 동일한 처우를 받고, 담당 업무도 정직원과 비슷했다. 이게 개인적으론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프로젝트 수주 회의에서 요구 사항을 기술적으로 검토하며 문제점을 설명하기도 했고, 기획자님에게 직접 어떠어떠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시도 해 보고, 직접 고객사까지 가서 30분 정도 프레젠테이션(하고 조기퇴근...)까지 해 봤었다. 이런 경험은, 인턴 한명한명도 실무에 바로 투입하는 스타트업이라서 가능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일을 하는덴 어느 정도 열정과 약간의 지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무급 인턴이라 금전적으론 아무런 보상이 없었지만, 이러한 열정과 성과에 힘입어, 며칠간의 재택 근무(!) 등을 얻어내는 등 인턴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 이만큼 인턴들도 존중해 주는 분위기라서 열심히 일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람들 고생하는 거 보면서 돈 버는 게 새삼 힘든 일이라고 느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4. IT 스타트업이 아니라서...

 

  위에서 말했듯이 멘토가 없이 내가 PM의 역할을 했다. 프로젝트 설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실제로 90% 이상의 프로젝트 설계가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면서 무언가 막힐 때마다 항상 "내가 어딘가 잘못한 걸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슨 에러가 난다는 구글에 검색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한 이 방법이 옳은가? 더 나은 프로세스는 없는가?' 라는 질문엔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멘토가 없다는 점이 여기서 가장 큰 체감이 되었다. 심지어 내가 짜는 코드가 옳은 지도 확신이 안 들었다. 혹시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매일 코드를 짜다가, 그 방식이 습관이 되어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개발 전문 회사가 아니다 보니 딱히 사내 가이드라인 같은 것도 없었고, 오히려 내가 가이드라인을 작성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글에다가도 검색해 보고, 가끔은 아는 선배분들께 조언도 구해보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또, 개발 관련 회사가 아니기에 당연하겠지만,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땐 사내에 개발 관련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심지어 협업을 할 수 있는 버젼관리 툴도 없었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AWS EC2 인스턴스도 이전 여름 인턴분들이 하고 가신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참고로 저 EC2 인스턴스 같은 경우엔 비밀 키마저 잃어버려서 접속이 안 됐고, 반나절동안 비밀 키를 초기화하는 작업을 수행했었다. 그래서 처음 프로젝트를 요청받았을 때, 우선 회사의 github 계정을 만들었고, 그 계정으로 private 레포지토리를 생성하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게 시작이었다.

 

 

 이렇게 IT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다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쁜 의미로 학교 팀플처럼 진행되었다.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할 일 없이, 두 달 내내 python과 git이라는 익숙한 기술들만 활용해서 작업하게 되었다. 체계적인 모듈을 활용한 테스트나 상호간 코드 리뷰같은건 엄두도 못 냈다. 물론 내가 이런 걸 하자고 제안하기엔 시간적, 인적 제약도 있고 인턴이라는 위치상 곤란했다. 물론, 이런 것 없이도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되었지만, 개발 과정 자체는 그냥 학교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한 느낌에 가까웠다. 무언가 실무 테크닉이나 기술, 업무 문화를 경험해보고자 했던 나한텐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5. 결론

 

 위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턴보다는 정직원에 가까운 실무 경험

+ 수평적인 분위기

 

? 다양한 경험. (순수하게 기술만 경험하고 싶은 사람한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 사내 기술/인프라의 부족

 

 개인적으론 매우 뜻깊고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회사 사람들도 매우 좋았고 좋은 추억만 남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냐고 말하면 대답은 Yes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 초보자이고, 아직 많은 걸 배워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좀더 뛰어난 사람들 밑에서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반드시 SW 관련 회사에 들어가는 게 내 미래를 위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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