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구마모토 아소산에 가는 법 + 등산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개인 여행 기록이기도 하고, 여기 가보고 싶어서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구글링해보니 별로 유효한 정보가 없어서 공유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 글 전반부는 구마모토역을 기준으로 대중교통으로 아소산 가는 방법, 후반부는 아소산 여행기니까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될 것이다.

 

 

 

대중교통으로 아소산 가기

 

 

 아소산에 가려면 우선 거의... 일단 아소역에 간다 -> 아소산 정상터미널(화구 바로 앞, 해발 약 1100미터)로 아소산 정상 노선버스를 타고 올라간다의 두단계로 보면 된다. 그래서 우선, 아소역으로 가는게 첫 번째 과제이다.

 

 

 아소역을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전철이 있는데... 갈 때는 버스로 가고 올 떄는 전철로 왔다. 두 방법 다 이것저것 고려해보면 또이또이해서 그냥 시간 맞는 방법으로 가면 될 거 같긴 한데, 개인적으론 직행 버스(후술)>>>특급 열차>>>일반열차>일반버스 정도인 것 같다.

 

- 직행 버스

 놀랍게도, 아소역을 거치지 않고 구마모토역에서 아소역 정상까지 직행으로 가는 버스가 있다!!! 이 버스만 유일하게 아소역을 거치지 않는다. 시간은 구마모토역에서 역 2시간 정도 걸린다. 이게 하루에 왕복 딱 한편씩만 있는데, 이 버스를 탑승하는게 가능하다면!!! 무조건 이 버스를 타는 걸 추천한다. 일단 다른 방법은 다 환승을 해야 하고, 환승하려고 기다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냥 이거 타는게 낫다. 물론 직행이라 해서 논스톱은 아니고... 진짜 중간에 ㅈㄴ 많이 선다. 사실 직선거리로 먼 거리가 아닌데... 어디 청사고 들르고 공항도 들르고 호텔도 들르고 아주 여유롭게 다닌다. ㅎㅎ

예약도 가능하다고 하는데, 성수기 주말이면 다 찰수도 있을거 같으니 예약 하는게 좋을 것 같다. 

 

https://www.sankobus.jp/bus/asosen/jikoku/

 

時刻・運賃 | 九州・熊本を走る 産交バス情報サイト

 

www.sankobus.jp

 참고로 이 버스 노선 안내 사이트는 페이지 하단에 時刻・運賃 를 누르면 시각표랑 운임 조회가 가능하다.

 

- 노선 버스

 

https://www.sankobus.jp/bus/yamabiko/jikoku/

https://www.sankobus.jp/bus/oudan/jikoku/

 

아소역까지 약 2시간 걸린다. 물론 이거 걍 시내버스 느낌이라 역시 온갖 군데 다 선다. 

 

 

- 열차

 

특급 열차랑 일반 열차가 있는데, 일반 열차는 대부분 히고오즈라는데까지만 가고, 거기서 다시 환승을 해서 아소역까지 가야 한다. 특급은 별도의 환승 없이 한시간 반 정도만에 아소역까지 데려다 준다. 하지만, 특급은 하루에 진짜 몇편 없어서 시간을 일부러 맞추지 않는 이상 아마 일반 열차만 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 구마모토까지 올 정도면 버스든 열차든 패스를 하나 들고 있을텐데, 그 패스에 맞춰서 타면 될 것이다. 그리고 특급열차 탈 꺼면 미리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표는 아래 참고

 

https://japantravel.navitime.com/ko/area/jp/timetable/00001969/00000027?direction=down&date=2023-08-06&next=00007666&move=train#80180005 

 

구마모토 JR 호히 본선 방면 미야지/오이타 시간표 | Japan Travel by NAVITIME - 일본 여행 가이드,

 

japantravel.navitime.com

 

- 아소 정상선

 

직행버스를 제외한 모든 방법들은 아소역까지 올 거고, 그러면 아소역에서 아소산 정상까지 또 가는 버스를 타야 한다.

다행히, 이 버스들은 우리가 탈만한 열차/버스에 맞춰서 스케쥴이 짜여 있으니 시간을 맞추는 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https://www.sankobus.jp/bus/asosen/jikoku/

 

時刻・運賃 | 九州・熊本を走る 産交バス情報サイト

 

www.sankobus.jp

 

 

오는 건 가는 루트를 시간표에 맞춰 반대로 오면 된다. 대신... 일본은 관광지 끝나는 시간이 무지 빨라서 늦어도 4시에는 아소산에서 탈출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아소산 관광(?)하기

 

 

 나는 원래 특급열차를 타려다 실패했는데, 우연히 직행버스의 존재를 알게 되어 탑승했다. 이 버스는 예약도 받지만 현장에서 결제도 가능해서, 평일 구마모토 출발이면 아마 버스를 못 탈 일은 없을 것 같다. 구마모토역에서는 나 혼자 탔다.

 

 근데 이 버스가 온갖 군데를 다 쑤시면서 한두명씩 태우더니, 특히 구마모토 공항에서는 꽤 많이 타서 순식간에 버스가 절반정도 들이 찼다. 평일에만 이 정도였으니, 아마 주말에는 인원이 꽉 찰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한시간 반쯤 지나면 진짜 아소산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풍경은 약간... 한라산 정상부 or 대관령 목초지 느낌이다. 일단 여기부터 풍경이 시원~하고 이국적이라 맘에 들었다.

 

 

 

 올라가다보면 말 타는데도 보이고... 암튼 멋있다. 저 멀리 구름낀데가 아마 아소산 정상이었던 것 같다. 연못(?)도 있고 그냥 한라산 느낌이 많이 난다.

 

 

 종점인 정상 터미널에서 내려주는 데 여기는 사진은 안 찍었다. 그냥 말 그대로 시골 터미널 느낌으로 화장실있고 기념품 파는데 있고 자판기 몇개 있다. 위에는 화장실 없으니 여기서 볼일을 보고 가면 된다.

 

 

  근데 아직 더 가야한다. 활화산 구경하려고 왔는데... 아직 주변 풍경은 한라산스럽다. 그래서...위 사진처럼 아소산 정상광장에서 또 화구까지 가야 한다. 여기는 셔틀버스도 있고 걸어서 갈 수도 있다. 셔틀버스는 5분, 걸어서는 20분 정도 걸린다. 근데 셔틀버스가 편도 500엔이니까 솔직히  날강도다. 갠적으로 이정도는 그냥 걷는거 추천, 아니면 최소 하산길은 그냥 걸어오기 추천. 구글맵 위성사진만 보면 화산재로 덮여서 5분만 걸어도 바로 폐암 걸릴거처럼 생겼는데 지금은 전혀 안 저렇다. 아마 분화하고 난 뒤에 찍은 위성사진이 아닐까 한다.

 

 

입구는 이렇다. 여기가 활화산이다 보니 화산활동이 심해지면 출입을 통제한다. 그러니까.. 아소산 구글링하면서 혹시 출입이 통제되지 않나 확인을 해야 한다.

 

 

 참고로 위의 차도는 사람이 못 들어가고, 사람용 화구가는 길은 조금 옆에 따로 있다. 잘 모르면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 가는 거 따라가면 된다.... ㅋㅋ 내가 위에서 말했듯이, 구글 위성지도에는 무슨 폼페이처럼 나와있는데 보다시피 초록이 우거져있다. 막 화산재길을 걷는 건 아니니 안심해도 된다!

 

 

이렇게 무난무난하게 차도랑 인도가 나란히 있다.

 

 

 

 화구 전망대에 가면 이런 칼데라들을 볼 수 있다. 한 쪽에서는 연기가 뭉게뭉게 나오는데 난 처음에 이게 안개인줄 알았다. ㅡㅡ; 주변이 되게 화산스럽고 삭막해서 진짜 화산으로 재가 된 지역에 온 것 같은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화산가스 냄새도 난다. 내가 갔을 땐 고통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는데, 걍 지나다보면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정도. 호흡기가 예민한 사람은 코로나떄 쓰던 KF 마스크 하나 들고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은 놀랍게도 이게 끝이다. 그리고 내려가면 된다. 그리고 이걸로 부족하면... 나는 안 가봤지만 정상 터미널에서 조금 내려가면 있는 쿠사센리나 화산 박물관을 관광하면 된다.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주변이 워낙 나무 같은게 없이 트여있어서 해방감도 느낄수 있고 올라오는 길 자체가 드라이브라서 관광지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을거 같아서 다른 재밌는걸 계획해왔다.

 

 

아소산 등산하기

 

 여기부터는 아소산 정상 등산에 대해 다룬다. 아니 이미 차로 다 올라왔는데? 라고 할수 있지만... 놀랍게도 아소산은 최고봉이 1592미터인데 '정상' 광장은 고작 1100미터이다. 그래서 그 500미터가 어딨냐고?

 

 

아까 화구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가져왔다. 뒤에 뭔가 구름으로 가려진 높은 곳이 있다. 남은 500미터는 저기서 찾아올 것이다. 물론 화구를 건너갈수는 없으니 우회를 해야한다.

 

 

 

보행로 입구에 이렇게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가장 높은 타카다케(高岳, 1592m) 까지 초록색 길 따라서 갔다가, 왔던 길 그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아까 정상 터미널 자판기에서 물 세통 뽑고 준비 완료했다.

 

 

등산로는 화구 올라가는길 중간에 이렇게 나 있다. 초반부는 역시 위 사진처럼 굉장히 평탄하게 정비되어 있어서 일반적인 운동화 정도로도 충분할 것이다.

 

 

 가면서... 와 진짜 화성을 탐사하는 유인 탐사자가 보는 게 이런 광경일까 하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풀 안포기 안나고 흙도 아닌 화산재 비스무레한 뭔가로 덮인 황량한 지대를 지나간다. 이 광경은 화구 가는 길에서는 볼수 없는 광경이니까 기왕 걸어올라갔다면 여기 정도는 산책해 보는 걸 추천한다.

 

 

 

이런 편안한 산책길이 20분 정도 이어진다. 

 

 

  이건 용암이 내려온 흔적..? 일까

이쯤부터 슬슬 길에 바위가 섞이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운동화나 간편한 복장이라면 여기까지만  오는 걸 추천한다.

 

 

 여기가 주변에 나무같은게 하나도 없다 보니 앞쪽에 길이 훤히 보이는데, 이 부근부터 길이 사라져 있길래 ??? 를 띄우면서 걸어갔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게 등산로이다. 

 

 

 걍 돌무데기 비탈이 아니라 진짜 등산로 맞다.

 길 잃을 염려는 없이 화살표가 다 칠해져 있으니, 침착하게 화살표 따라서 가면 된다. 좀 험하긴 하고 군데군데 손도 쓰면서 올라갔는데, 막 엄청 험하다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국에서 어느정도 등산을 해 봤으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그래도 운동화로는 솔직히 밑창이 박살나던가 발목이 박살나던가 할 거 같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이 험한 길을 30분쯤 올라오고 나면 드디어 능선에 진입한다. 저 멀리 전망대와 화구도 보인다. 벌써 엄청 멀리 왔더라...

그리고, 이날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날씨가 흐렸는데, 능선에 올라가자마자 주변에 바람 막을 데가 없어서인지 바람이 개 시발같이 많이 불었다. 진짜 욕이 나온다!!! 핸드폰 꺼내기가 무서울 정도로 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어서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내가 바람막이를 챙겨서 다행히 바람 떄문에 체온이 엄청 떨어지진 않았는데, 여기가 아무래도 주변에 산맥같은것도 없고 그냥 평지에 덩그러니 화산이 솟아 오른 구조이고 + 알고보면 한라산 정상이랑 고도 차이도 나지 않아서(1592m vs 1950m) 평일에도 꽤 바람이 불 것 같아서 강풍 대비책으로 바람막이 등이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여기까지 오면 고도는 꽤 올린 덕에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여기부터는 길이 아니라 바람이 엄청나게 문제였다. 내 몸이 스틱과 나란히 기울어져서 / \  모양으로 걸어다녔다.진짜 말도 안되는 바람이었다.

 

 

 중간에 나카다케(中岳)이라는 1506m 봉우리를 거쳐가는데, 말 그대로 가는길에 거쳐가는 봉우리고 바람이 너무 심해서 제대로 못찍었다. 근데 뭐 특별한건 없고 정상이랑 보이는 풍경은 비슷했다. 아무튼 급경사 이후에도 30분 정도 능선길을 더 걸어야 했다.

 

 

 

마지막 바위길을 올라가면....

 

 

 

 드디어 아소산 정상 타카다케, 해발 1592m이다. 뒤에 바로 지상이 보일 정도로 주변이 탁 트여서 풍경은 시원했다. 여기까지 2시간 정도 걸렸는데, 일본까지 무겁게 등산 장비를 들고 온 보람이 있어서 뿌듯했다. 

 

 

 

 

내가 강풍때문에 사진을 많이/제대로 못찍어서 그렇지 진짜 탁 트여서 해방감도 들고 너무 멋진 광경이라 직접 보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는데... 일단 원래 계획은 가져온 핫도그빵을 정상에서 먹으면서 점심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정상 근처엔 머 오두막이나 바람을 피할만한 데가 하나도 없이 그냥 정상표지만 덩그러니 있었다. 바람이 엄청나게 몰아쳐서 핫도그를 뜯는 순간 빵 속의 후랑크 소세지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뭔가 먹는 건 포기했다. 설상가상으로,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서 아 씨바 X됐다! 라고 생각하고 서둘러 내려가기로 했다. 우의는 챙겨왔는데 문제는 비가 오면 아까 그 바위길에서 미끄러져 사고가 날 거 같았다. 그래서 비가 내리기 전에 아까의 험한 바위길을 통과하는 걸 목표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저 멀리 정상 터미널과 화구 전망대가 보인다. 사실 화구를 이렇게 높은데서 보는것도 아소산 정상까지 올라가지 않으면 못 보는 광경이다. ㅎㅎ

 

 

 

서둘러서 바위길을 내려왔다. 아까보다 까만 구름이 많아지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등산이 끝날때까지 비는 안 내려서 다행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내려왔다. 저 구름덮인 곳이 한시간 반 전에 내가 있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갈 때는 아소역까지 버스를 타고, 아소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기차를 기다리는 김에 싸왔던 핫도그와 초코바를 다 씹어먹었다. 역시 운동하고 나서 먹으니까 맛있었다.

 

 

일본 시골역 감성 역시 너무 좋다...

 

 

 

 

소감

 단순히 화구 전망대만 갔다 오는 거보다 훨씬 재밌고 기억에 남은 것 같다. 나는 쉬는 시간 없이 서둘러서 내려와서 3시간 반 정도 걸렸고, 일반적인 등산으로는 4시간~4시간 반 정도 잡으면 넉넉할 것이다. 등산을 안하던 사람이면 좀 힘들수 있긴 하겠지만...  장비(등산화+스틱+방풍수단+모자)만 있으면 충분히 등산할 수 있는 정도로 생각된다.  먹을 거리만 산 밑에서 좀 챙겨오는 게 좋고 음료수는 정상 자판기에서 뽑자.

 

 

 한국에서 왕복 2시간 이상 산행을 해봤으면 등산화만 있으면 아소산도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까 츄라이 츄라이. 대신 나처럼 흐린 날에는 조금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다. 날씨가 안 좋아서 바람이 더욱 심했던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구글링을 뒤져봐도 명쾌하게 정리한 내용이 없어서 나라도 정리해 보면 좋을 거 같아서 쓰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 부정확하거나 누락된 정보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최대한 정리해 보려 했다. 혹시 뭔가 틀린게 있어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거나 댓글로 지적해 주면 좋겠다. 

 

 참고로 2023년 4월 기준이며, 이 글을 읽기 전에 하코네 관련 가이드 글 몇개 읽고 오면 내용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될 것 같다.

 

 

옵션 1 - 그러지 말기.

나는 저걸 당일로 바로 가긴 했는데, 갔다온 입장에서 비추한다.

 

 

일단 나리타- 하코네 가 직선거리로 120km고 자동차 경로로 찍어보면 150km 정도 된다. 비행기 타고와서 두세번 환승해가며 서울-대전 거리를 가는 건데... 이동 거리부터 쉽지 않다. 아침 8시 비행기로 와서 10시 반쯤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해도, 일단 숙소에 가면 하코네 초입부에 숙소가 있지 않은 이상 2시가 넘기 마련이다. 그러면 당일은? 사실상 한두군데 보면 끝난다. 2시도 이론상의 시간이고... 현실적으로 가보면 아주 골치아픈 문제가 많다.

 

일단 내 일정은 이랬다. 8시 비행기 - 10시 30분 나리타 공항 도착 - 3시쯤 숙소 도착 - 체크인하고 짐 푸니까 3시 반 됐다. 이 과정에서 제일 큰 문제가 항상 쉼없이 뭔가 타고 다녀야 하고, 타고 다닐 차들이 다 한번 놓치면 30분씩 기다려야 하는 종류(=한번 놓치면 계획 싹다 수정해야 함)라 엄청 타이트하게 움직여야 해서 점심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첫날 점심은 제대로 못 먹은 것 같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다시피, 30분에 한대씩 있는 차들이 많아서 사실상 전부 타임어택이라고 봐도 된다. 일단 나리타 공항 내리자마자 뛰어가서 입국수속부터 빨리 받아야한다. 이후에도 시간표 체크하고, 캐리어 끌면서 뛰고... 무한 반복이다. 이 짓을 3시간 쯤 하니까,  숙소 도착할 땐 뒤질거 같았다. 또 숙소에 짐 풀면 끝이 아니라, 버스 타고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 버스도 30분에 한 대 있다. ㅡㅡ; 하코네가 대부분의 관광지들이 5시면 문 닫는거 생각하면 사실상 하루는 이동만으로 끝난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걍, 인터넷에 나온대로 도쿄에서 하루 자고 당일 첫차로 로망스카 타고가서 관광을 하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나도 저길  다시 가면 로망스카를 다닐 것 같다.

 

 

 물론 위의 내용은 당일에 하코네 가서 뭐라도 볼 거다! 하는 사람을 위한 내용으로, 그냥 당일은 이동만 하고 딴거 안할꺼면 저렇게까지 안하고 여유롭게 해도 된다. 하코네가 가보면 알겠지만 되게 여유로운 느낌이라... 걍 산골짜기에서 힐링하는 느낌으로 즐겨도 좋다.

 

 

그래도 당일에 하코네까지 갈 거다

 어느 정도 가성비를 고려해서... 이 정도 방법이 있을 것이다.

 

 

1. 나리타 - (나리타 익스프레스) - 신주쿠 - (오다큐 로망스카) - 하코네유모토 - (하코네 등산버스 or 하코네 등산철도) - 숙소

2. 나리타 - (나리타 익스프레스) - 오후나 - (JR선) - 오다와라 - (하코네 등산버스 or 하코네 등산철도) - 숙소

3. 나리타 - (나리타 익스프레스) - 시나가와 - (신칸센) - 오다와라 - (하코네 등산버스 or 하코네 등산철도) - 숙소

4. 나리타 - (나리타 익스프레스) - 신주쿠 - (하코네 고속버스) - 도겐다이

 

 

일단... 몇개 필요한 선수 지식이 있다.

 

-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외국인 기준으로 왕복 패스를 4천엔에 파는데, 이게 도착역을 지정하는게 아니라 도쿄 시내 +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서는 데면 전부 요금이 똑같다. 그래서 위에 제시한 것처럼 다른 데서 내려도 금액적 손해는 없다.

- 하코네유모토 자체가 목적지가 아니라 하코네 내부로 들어가는 입장에선, 대략 하코네유모토 = 오다와라라고 봐도 된다. 버스로든 전철로든 한 10분~15분 거리고 하코네로 들어가는 관문이라고 생각하면 큰 차이는 없다고 봐도 될거 같다. 

- 하코네 프리패스는 무조건 끊고 간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신주쿠에 안 들르는 루트는 전부 오다와라에 내려서 하코네 프리패스 사들고 가는 거라 가정한다. 참고로,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신주쿠에서 사면 신주쿠-오다와라 왕복 전철 탑승권이 포함된 대신 오다와라에서 사는 것 보다 천엔 비싸다. 그리고 로망스카 탑승비(편도 천엔)은 별도다.

 

 

하나하나 소개해 보겠다. 나는 3번으로 갔다왔다.

 

 

1번

구글에 하코네 가는법 치면 가장 많이 소개하는 방법이다. 아마 이글 보기 전에도 저 방법을 많이 봤을 것이다. 나도 처음엔 저렇게 가려고 했는데.... 놀라운거 알려드림!!!

 

 

 

파란색+초록색이 구글지도에 나리타->신주쿠 찍으면 나오는 스카이라이너+야마노테선 경유고 빨간색이 나리타 익스프레스 경로다. 둘다 시간은 1시간 20분정도로 비슷한데... 일단 구글지도에서 찍어준 루트는 환승이 있고, 특히 초록색 야마노테선이 혼잡도가 장난 아니라 캐리어 끌고 타기 쉽지 않을 것이다. 빨간색은 나리타 익스프레스인데... 내가 잘못 그린게 아니다. 진짜로 빨간색으로 저렇게 시나가와구 기점으로 저렇게 뒤로 간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는 뭔가 길을 삥삥 돌아가는 느낌이라 이건 좀 아닌거 같았다. 심지어 신주쿠역 가도 하코네유모토 까지 가는데 90분이다!  계산하면 하코네 입구까지만 가는데 3시간인데... 당일에 가는데 이건 너무 오래 걸려서 안 된다.

 

  금액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로망스카 비용 2천엔만 더 내면 도쿄와의 왕복 교통까지 커버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방법이 나쁜 건 아닌데.... 시간을 좀더 단축할 방법이 필요하다.

 

 

2번

 

빨간색 핀으로 찍힌게 오다와라역이다.

이거는 아마... 오다와라역까지 가장 싸게 갈수 있을 거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오후나역까지 쭉 타고 오고, 거기서 30분 정도만 JR 전철 타면 오다와라역까지 30분에 갈수 있다.

 

 

 

 원래는 이방법으로 가려고 헀는데, 이건 두가지 문제가 있다.

 

A. 나리타 익스프레스가 원래 30분에 한대 있는데, 오후나까지 오는 건 1시간에 한대이다. 한대 놓치면 그냥 망함.

B. 나리타 - 오후나까지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나에서 오다와라까지 가는것도 최소 2시간 반이면... 생각보다 시간단축 효과가 1번보다 크지 않다.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들어가는건 괜찮은데 나올떈 아무것도 없다. 하코네에서만 지내고 바로 귀국하는 거면 갈떄 쓴 루트 그대로 가면 되는데, 보통 도쿄에도 들를 텐데 도쿄로 가려면 알아서 요금 내고 신칸센을 타는 오다큐 전철을 타든 해야 한다. 제일 싸게 간다면 오다큐 전철 일반차량 타면 천엔정도에 도쿄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성비는 제일 나을 거다. 프리패스도 오다와라에서 끊는거니 신주쿠보다 천엔 싸고, 로망스카도 안타니까 로망스카 비용 왕복 2천엔도 아낄수 있고 오후나-오다와라 왕복요금 1200엔만 내면 된다. 하지만 소요시간은 1번이랑 큰 차이가 안 날 거다.

 

 

3번

 인정한다. 가성비는 제일 안좋다. 근데 제일 편하고 빠르다. 솔직히 난 돈없는 대학생이 아니면 이걸로 가라고 하고싶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로 시나가와까지 한시간 - 시나가와~오다와라 30분. 신칸센 요금 3천엔

 

1시간 30분만에 오다와라까지 도착하는 경이로운 소요시간을 자랑한다. 물론 오다와라 가는 신칸센도 30분에 한대 있긴 한데... 이건 로망스카도 마찬가지고 하코네 여행에선 버스든 전철이든 전부 30분에 한대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솔직히 계산기 뚜들겨보면 그리 비싼것도 아니다. 로망스카도 신주쿠역 발권 추가비용+ 로망스카 탑승비 생각하면 편도 1500엔쯤 한다. 그나마 가격차이가 확실히 나는게 2번 루트이다.

 

여행자는 시간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올때는 몰라도 갈때는 충분히 투자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당일로 나리타-하코네 이동이라는 미친 루트를 생각하는 사람이면, 가자마자 해 떨어지는거 보고싶지 않으면 걍 신칸센 타자.

 

 

 

4번

 

요거는 인터넷에서 소개해주는 사람이 없고, 하코네 관광 홈페이지 가면 소개만 되어있는 유니콘 같은 거라 뭔가 해서 일단 조사는 해 봤는데, 신주쿠 - 하코네의 도겐다이지역까지 편도 2천엔, 소요시간 2시간 반이다. 이거 보고 왜 소개 안하는지 알았다.

 

1. 하코네 프리패스는 어디서??? 신주쿠에서 사갈수는 있는데, 이거 타고 다니면 프리패스에 포함된 신주쿠-오다와라 왕복권을 허공으로 날린다. 편도로 2천엔뿐 아니라 프리패스에 포함되어 있는 500엔도 날리는 거라 보면 된다. 프리패스 통해 로망스카 타고 가도 금액은 별 차이 안난다.

 

2. 도겐다이가 하코네 엄청 안쪽까지 가는거라 솔직히 2시간 반이 엄청 오래 걸리는 건 아님.

 

3. 그런데 문제는... 결정적으로 도겐다이가 어딨냐면...

내려주는 데가 하코네의 안쪽의 안쪽이라 문제다. 숙소가 저 근처면 고려해볼만 하겠지만, 그게 아니면.. 저기서 숙소까지 가는데만 30분~1시간이 걸릴 거다. 지도상으로는 가까워 보여도, 저 꼬불꼬불한 길들이 전부 산을 굽이굽이 오르내리락 하는 길이라 보기보다 오래 걸린다. 이건 리스항구에서 던젼까지 데려다 준다길래 모범택시를 탔는데 개미굴 광장에 던져놓는 거랑 비슷하다.

 

근데 이건 나도 정확한 정보가 인터넷에 없어서 잘 못찾겠다.. 신주쿠 버스터미널을 가도 시간표나 그런 정확한 정보가 안 나온다. 혹시 이거 타본사람 있으면 댓글로 제보좀 부탁드립니다.

 

 

 

 

하코네 관광후기

  하코네는 대부분 해발고도 700~800m 이쯤에 있다. 그래서 날씨나 전체적인 느낌이 평창에 있는 느낌이다. 생각보다 추우니까 밖에 바람막이 걸칠거 하나 들고오는 게 좋을 것이다.

 

 

 여기선 졸라 여유있는 마음으로 다니는게 중요하다. 지도상으로 보면 멀지 않아 보이는데, 버스로 오래 걸리는 이유가 대부분 산 오르내리락 하는거라 경사도 심하고 꼬불꼬불하다. 그리고 버스 시간표가 있어도 관광객이 워낙 많고 산길이라 그런지 시간표대로 딱딲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버스도 많아야 30분에 한대고 적으면 한시간에 1대꼴로 온다. 그러니까 여유를 갖고... 평온한 자연을 즐기면서 다니자.

 

 

 관광지나 버스나.. 사실상 여긴 5시 넘어가면 지역이 멈춘다고 봐도 된다. 편의점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뭐 할거있으면 무조건 낮에 하자. 5시면 모든게 끝나기 떄문에 당일에 나리타-하코네는 추천 안하는 큰 이유다.

 

 

 나는 출출해서 밤 8시에 막차 타고 15분 정도 가서 편의점 가서 50분정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왔다. 밤에 산길 걸으니까 졸라 무섭다 ㅅㅂ....  고도가 높아서 안개로 짙게 끼고 가로등도 드문드문 있고 산골짜기라 막 이상한 동물소리도 가끔 나고 주변은 하나도 안보이니까 공포게임 주인공 된거 같았다. 근데 나쁘진 않았음. 다시 밤길 한번 걸어보고 싶긴 하다.

 

 

 

 

  요새 AWS 다들 한번쯤은 써봤을 것이다. 가입만 하면 프리티어로 1년동안 이것저것 다 돌려볼 수 있어서 엄청 유용하다. 나도 해외결제 가능한 카드 거의 다 써서 프리 티어 쏠쏠히 이용하고 있다. 그러면 AWS 문서들은 읽어 봤는가?


  EC2 공식 문서이다. EC2를 처음 써보는 사람들이 이 문서를 보고 이게 뭔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당장 맨 위의 EC2에 대한 설명을 보자. "클라우드에서 확장 가능 컴퓨팅 용량을 제공합니다. ~~ 하드웨어에 선투자할 필요가 없어 더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배포할 수 있습니다." 이거만 봐서는 이게 정확히 뭐 하는 건지 알기 어렵다. 이걸 간단하게 설명하면 "하드웨어 필요없이, 내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를 제공한다." 이다.


 그나마 EC2는 좀 낫다. 유명한 서비스라서 사람들의 손길이 많이 닿아서 비교적(?) 깔끔한 편이다. 이제 잘 알려지지 않은 구석탱이 서비스의 문서를 보자. AWS EFS라는 서비스의 공식 문서이다. 참고로 기계 번역이라고 명시되어 있긴 하다.

 

 나는 분명 스택 오버플로우에서 누가 이걸 추천해줘서 공식 문서를 보러 왔는데, 다 읽고 나서도 "그래서 이게 뭐하는거고 어떻게 쓰는건데?"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뒤로 갈수록 새로운 내용이 등장해서 혼란만 가중된다. 수능 영어지문 한글 해석본 보는 느낌이랑 비슷했다.

 

 

 그러다 보니, AWS 서비스를 새로 사용해 볼 일이 있으면 공식 문서보다는 블로그 보고 따라는 게 훨씬 더 쉬웠다. 그러다가 문득, 왜 나한테(그리고 몇몇 사람들에게) 이 공식 문서가 잘 안 읽히는지 나름대로 생각해 봤다.

 

 

 

 

1. 초심자를 위한 문서가 아니라 그냥 스펙 명세서 같다

 

 

 AWS 문서들의 공통점은 뭔가 엄청나게 많이 적어놨는데, 대부분 처음 문서를 접하는 입장에선 TMI 수준이다. 당장 위의 두 장도 해당 서비스 공식 문서 첫 페이지에서 캡처해온 것이다. 어떤의 첫 페이지에는 이게 뭐하는 건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하는 건지 쉽게 설명하고 나서 디테일한 기능 설명을 해 주는게 맞는데, 이 문서들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설명해 주려고 한다. 온갖 용어가 다 튀어나오니 초심자 입장에선 당연히 혼란만 가중된다.

 

 

 

 그래서, AWS 문서들은 초심자들을 위한 내용이라기보단 서비스 개발자들이 개발 이후 작성한 스펙 명서서 느낌이다. "이 서비스는 우리가 이러한 의도로 이렇게 쓰라고 만들었다!"라는 느낌이다. 물론 이런 문서들도 당연히 숙련된 개발자들에겐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전문적인 내용은 자세하게 잘 되어 있다. 하지만, AWS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서비스이고 큰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만큼, 초심자들을 위한 튜토리얼 문서도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다.

 

 


 EC2를 쓸 때, 무슨 VPC가 뭐고 EBS가 뭐고 신경쓸 필요 없이, 접속할 수 있는 서버만 필요하다면 인스턴스를 만들고 키 페어를 생성해서 해당 키를 통해서 접속하는 과정만 있으면 충분하다. 이런 필수 과정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튜토리얼을 간소화 해 주면 좋겠다. React나 Django 공식 튜토리얼도 자질구레한 기능의 세부 설명은 나중에 하거나 아예 따로 문서로 분리하고, 우선 틱택토튼 퀴즈앱이든 뭔가 띄우는 거 위주로 설명해 주지 않는가? 사람들이 따로 블로그를 참조하지 않아도, 문서만 보고 따라해서 서버를 띄울 수 있는 그런 튜토리얼 문서가 되면 좋겠다.

 

 

 

 물론 튜토리얼 대용으로 '자습서'라는 항목이 따로 있긴 한데, 뭔가 다른 문서들보단 친절하긴 한데 여전히 대부분 AWS 문서스럽다....

 

 

 

2. 너무 뺵빽해

 

 위에서 썼던 사진이다. 이게 모바일에선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는데, 솔직히 어지럽다. 옛날에 읽었던, 한글과 한자가 깨알같은 글자 크기로 뒤얽혀 글자의 산을 이루던 이문열 평역 삼국지 같다. 글도 빽빽한데 내용도 너무 많다. 전체적으로 문서가 너무 방대하고 소위 말하는 TMI도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필요한 부분을 찾기도 힘들었다. 정작 어떻게 사용하는지? 에 대한 내용이 부실한 경우(or 내가 못 찾은 경우)도 꽤 있었다. 세부적인 개념은 따로 분리하고, 개행이나 공백도 넣어 글의 밀도를 줄이고, 필요하면 그림이나 도표도 넣으면서 글에 호흡을 가지고 천천히 읽을 수 있는 문서가 되면 좋겠다.

 

 

 단순히 글이 많은 게 문제가 아니라,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크롤 하나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서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용어나 개념이 훅훅 튀어나온다. 그래서 글을 읽을수록 이해가 된다기보단 온갖 용어와 개념이 얽혀 머릿속이 오버플로우가 날 지경이다. 이런 부분도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 

 

 

 


3.  내용 갱신좀

 

 자습서 보고 따라하는데, 분명 '이거' 누르세요 라고 써있는데 '이거'가 콘솔에서 안 보일 때는 너무 당황스럽다. AWS 서비스들이 워낙 휙휙 바뀌어서 그런지, 문서가 업데이트 되지 않아 필요한 기능을 눈치로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았다. 이런 것도 신경써 줬으면 좋겠다.

 

 

 

 

 위 내용은 개인의 의견일 뿐입니다.
이렇게 글은 썼지만 AWS 서비스 잘 쓰고 있습니다. I♡AWS

 이전 글 : 신입 개발자로 입사하기까지 선택과 이야기

  이전까지는 내가 취업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썰을 풀어봤다. 그래서, 이번 글에는 내가 취준하면서 느꼈던 점, 그리고 앞으로 저와 같이 취업할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에 대해 간단하게 쓰고자 한다.

 

 

 이 글은 '개발자 취업 TIP' 이나 '취업방법 공유' 같은 글이 아니다. 그냥 전 글에 이어지는 썰풀이의 연장선이니, 이걸 보고 무슨 '취업할때 꿀팁' 이런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개발자 취업 쉽다.... ???????

 요새 개발자 취업이 상대적으로 잘 된다고 하는데, 글쎄.... 취준생 입장에선 당연하겠지만 하나도 체감이 안 된다.

물론 다른 자리에 비해선 훨씬 자리도 많고 비교적 수월한 건 사실이긴 한데,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고 생각이 든다.

 

 

 정확히는 그냥 처우 상관없이 취업만 하는게 목표면 쉽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사람인에 학력이랑 플젝내용만 적당히 넣어서 이력서 오픈해봤는데, 한 열흘에 한번꼴로 면접제의가 들어왔었다. 그런데 처우나 기술스택, 회사가 내가 생각하는 정도와 차이가 많이 나서 전부 거절했다. 

 

 

 솔직히 처음 취준 시작할땐 요새 컴퓨터전공이면 기업에서 앞다퉈서 데려간다, 이런 말 듣고 조금 널널하게 준비한 면이 있는데, 우리가 원할 만한 그런 기업들은 여전히 빡세게 준비된 사람을 원한다. 그러니까 저런 말 그냥 흘려듣고 꾸준히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요새는 워낙 부트캠프 같은 데서 실전압축 과정으로 공부해서 나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이런 사람들과도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취업이 쉽다 생각하진 말고 열심히 준비하면 좋겠다. 심지어 학력이나 스펙 거의 안보고 코테로 거의 다 거른다 해도 서류탈락도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그러니까, 뉴스에서 듣던 거보다 취업이 잘 안돼도 너무 자책하거나 조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코로나19로 IT가 호황이라지만 이건 거의 경력직 얘기고, 신입 입장에서는 여전히 문이 좁다... 


 그리고, 대기업 말고도 스타트업 중에서도 어느정도 자리가 잡히고 처우가 괜찮은 곳이 많으니 한번 노려보면 좋겠다. 물론 기업마다 면접에서 보는 요소들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일반적인 SI 대기업들이랑 스타트업 같은 기업들이랑 면접 진행이 차이가 많이 나서, 자기한테 맞는 면접 형태가 있을 것이다.

 


할수 있는 데 까진 해봐주세요

 내 취준 생활에서 가장 큰 분수령이 아마 인턴의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았던 시기일 것이다. 그만큼 많은 고민이 있었고, 정규직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보니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제안을 거절했고 더 좋은 곳에 갔으니 잘 되긴 했다.

 

 

 취준을 해보고 나니까, 이 결정이 잘했다고 더욱 크게 느껴졌다. 거의 이전 학기는 한과목만 듣고 취준에만 전념했는데도, 시간이 널널하진 않았다. 취준을 무슨 서류 한군데만 쓰는것도 아니고, 서류도 수십 군데 써야하고 서류 붙으면 코딩테스트도 시간 내서 봐야 한다. 면접까지 가게 되면 회사에 대해서도 공부해야 하는 등 하나의 회사마다 수십 시간을 써야 한다. 아마 회사를 다녔다면 시간도 그렇고 체력적인 이유로 이렇게 하기 힘들 가능성이 높다. 연차가 무한인 것도 아니고, 심지어 회사일이 바쁘면 연차도 원하는 대로 못쓸 것이다.

 

 

 그래서 첫 경력이 될 직장은 최선을 다해서, 정말 신중하게, 그리고 급하지 않게 골랐으면 좋겠다. 첫 직장이 정말 중요한 게 이게 커리어와 연봉의 시작점이니까 당장 어디 붙었다고 바로 가는 대신, 능력이 되는 데 까지는 해 봤으면 좋겠다. 나도 네카라에 가고 싶었고, 그래서 네카라 공채에 모두 썼고 다 탈락했다. 그래서 내가 지금 와 있는 회사가 솔직히 가장 가고 싶었던 1지망은 아니지만, 내가 생각했던 대부분의 회사에 다 도전해 봤기 때문에 따로 후회하진 않는다. 적어도 여기 있는 회사가 내가 갈수 있었던 회사 중에 최선이라는 점은 이해하고 있다. 

 

 

 이렇게 써놨는데 오해할까봐 첨언하자면, 나는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를 좋아한다.^^; 신입 생활도 이것저것 배려받는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고, 적어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나의 가치를 가장 높게 알아봐 준 기업이기 때문이다.

 

 

 

멘탈을 잡아주세요

 

 전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면접 탈락할 때마다 멘탈이 깨졌다. 그냥 내가 이거밖에 안되나? 라면서 자존심에 금도 가고, 지금까지 노력한 게 싹 허사가 된거니 허무하고 그냥 하기 싫었다. 그래서 한 면접탈락하고 3일정도씩은 취준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누워서 유튜브만 봤었다. 특히, 면접관이 날 칭찬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던 모 기업 면접 이후는 그냥 올해 취준은 쉴 생각까지 했었다.

 

 

 면접 관련 유튜브 보면 영상이든 댓글이든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면접은 소개팅과 같아서 그 사람의 스펙보다는 그 사람과 회사의 궁합이 우선이다." 요 말이 진짜인지는 솔직히 나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면접 합불여부가 반드시 능력에 비례하지 않는다, 즉 운빨이 작용한다는건 어느 정도 알 것 같다. 심지어, 기업의 면접 탈락 안내문에서도 '귀하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 어쩌구 멘트가 나온다.

 

 

 그러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탈락에 일희일비하지 않아야 한다. 떨어지면? 그냥 "ㅋㅋ ㅄ기업 응 안가~" 해버리자. 회사들 대부분 까보면 이상한거 많이 나온다. 세상엔 갈 회사 엄청 많고 솔직히 지금 생각해보면 저딴 회사가 날 떨어뜨려? 같은 기업들도 많았다. 그냥 떨어지면 정신승리 해버리자. 편하다.



 그러니까 다들 화이팅이다. 나도 솔직히 운 좋아서 취직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운은 그냥 얻은게 아니라 아무튼 꾸역꾸역 서류 난사하면서 얻은 거니까, 다들 포기하지 말고 힘내자.

 

 

 

 

 

 

 올해부터 모 대기업 계열 SI회사에 입사해서 다니고 있는데, 그 때까지의 과정을 간단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있고, 나한테는 나중에 추억회상용으로 읽기 좋을거 같고, 몇몇 분들에겐 재밌는 읽을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2021년 초(~5월)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그 때부터 나는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졸업까진 꽤 시간이 남았고 무엇보다 아직 취준 시작이라는 느낌에 크게 부담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누구나 SKY를 노리듯이, 나도 이 때는 한창 유명하던 네카라쿠배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보단 네카라에만 지원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들은 서류전형의 중요성이 매우 낮아 코딩테스트까진 무조건 갈 수 있기 때문에, 코딩테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있었다.

 

 

 사실 그때는 알고리즘 자체를 몇문제 풀지도 않았고,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가서 풀어도 4문제중에 한문제 풀면 다행이다 생각할 정도로 결과는 항상 처참했고 한번도 면접까지 뚫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상관 없었다. 지금의 내 실력을 확인하는 선에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으로, 실전 감을 잡는 모의고사 용도로 시험을 봤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각 계열사마다 인턴이니 뭐니 해서 은근 시험을 볼 기회가 많았어서 꽤 많은 시험 경험,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해 봤다. 

 

 

 

2021년 중(5월~8월)

 

 

 그래도 이쯤 되니까 코딩 테스트가 몇개쯤은 뚫리기 시작했다. 이맘때쯤 한 면접을 3개쯤 봤다. 나는 대학도 정시로 왔고, 특별한 다른 대외활동을 한 적도 없어서 공군 면접과 알바 면접 말곤 면접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면접 간 회사에서 간단한 자기소개 해보라고 했을때, 따로 준비한게 없어서 어버버하며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여기서 조금 데이고 나서 그 뒤의 면접들은 자기소개 멘트를 외워가며 좀 더 제대로 준비했다.

 

 

  면접봤던 기업 중, 100명 규모의 스타트업 회사에 면접에 합격했다. 그래서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솔직히 기대했던 거보다 엄청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았고, 인턴이다 보니 따로 실무를 경험한 건 아니다. 그래도, 알바나 개인 프로젝트보다 훨씬 제대로 된 사회경험 및 개발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어서,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이후, 여기서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았다. 기술 스택, 회사에 대한 인상이나 업무 프로세스,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괜찮았기에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적은 규모의 연봉이 발목을 잡았다. 네카라쿠배 이런 기업들에는 당연히 못 미칠 거로 예상했지만, 내 생각보다 제안받은 금액이 작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신입이다보니 업계의 평균 연봉같은건 당연히 몰랐다. 그래서 이 때부터 주변에 수소문을 하며 의견을 물었다. 확인해 보니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는 높은 금액을 제시받은건 맞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일단 들어간 후, 중고신입으로 서비스 회사에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을 해보니까 집에 가면 거의 피곤해서 항상 뻗는 일이 다반사였다. 인턴이라 야근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험으로 봤을 때, 정규직으로 일하면 낮에 일하고 밤에 따로 이직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명백했다.

 

 

 그래서 생각한 다른 방법, 퇴직후 재취준 역시 선뜻 고르기 어려웠다. 내가 다시 취업준비를 해서 여기보다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내가 정말 여기보다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가? 그리고, 취업준비를 하면 당연히 그 동안 백수로 지내는 건데, 내가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닌데 취업이 오래 걸린다면 그 동안 커리어에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그냥 여기서 1년이라도 경력 쌓고 중고신입으로 들어가는게 쌩신입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등등.. 많은 의문이 들었고 나는 여기서 어떤 질문에도 편하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규직 제안 이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주변에 자문도 구하고 혼자서도 고민하고 인터넷도 찾아 보며, 며칠동안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부모님께도 여쭤봤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이 바뀌었다. 아마 올해 했던 고민중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을 건데, 재미있게도 내가 대입 때 했던 고민이랑 비슷했다.

 

 

 나는 고3때 수능을 좀 망쳤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나왔다. 그래서, 반수를 할 생각으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지원했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로 한 400만원 박혀서 오니까 정신이 확 들었다. 이 돈이면 재수학원에 드는 돈이랑 비슷한데, 어차피 반수로 탈출할 거면 그냥 이 돈을 재수학원에 넣는게 훨씬 돈과 시간 절약에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물론 반수가 아니라 쌩 재수라는게, 돌아갈 곳이 없는 거니까 리스크도 당연히 크다. 하지만, 그냥 반수라는 애매한 입장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았고, 할 거면 제대로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 결국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했었다. 내가 현역때 잘못했던 점을 피드백 하면서 악착같이 공부했고, 성적을 올려서 결과적으로 이 때는 성공했다. 
 여담으로, 이 재수 얘기 자소서에 가끔 쓰는데... 인사담당자들은 이런 얘기 식상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

 

 

 그리고, 주변인들한테 조언을 구하다가 들은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나의 초봉이, 회사에서 평가한 내 가치이다." 즉 나는 딱 그 정도 금액의 사람이라고 평가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까, 어느 정도 오기가 생겼다. 나는 정말 이 정도 능력만 가진 건가? 그래서, 나는 내가 좀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증명하고 싶어졌다. 지금 제시받은 금액도 작진 않지만, 나는 이거보다 더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한번 비슷한 상황에서,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취업까지의 일대기를 다룬 이 글은 계속된다.

 

 

 

2021년 말(9월~12월)

 아침에 출근 안하고 푹 자니까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이불 밖에서는 살기 힘들다. 그래도 취준은 해야 하니까 이제 다른 의미로 바쁘다. 학교는 막학기라 교양 한과목만 등록해놓고 이것도 비대면이니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취준하면서, 유명 서비스 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SI사들도 찾아 보면서 원서 뿌리고 다녔다. 마침 하반기 공채시즌이라 꽤 많은 공고가 떴다. 네카라도 전부 공채도 떴다.

 

 

 코테보고, 자소서쓰고 하니까 금방 금방 시간이 갔다. 생각보다 자소서 문항이 비슷한게 많아서, 적당히 문항 보고 예전에 작성한 답변 붙여넣고 다듬는 식으로 작업했다. 나름 코테도 합격한 경험 있고, 개발 프로젝트 경험도 몇개 있어서 경험 소개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몇몇 기업에 면접까지는 가게 되었다. 특히 중간에 카카오 공채를 봤는데, 2차 코테까지 뚫으면서 내 알고리즘 능력은 문제 없다고 확신하면서 자신감도 잠시나마 가졌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벽은 높았다. 뉴스는 요새 개발자 모자라서 그냥 대학만 졸업하면 아무 데서나 모셔간다는데, 막상 원서 넣고 다니다 보니까 전혀 체감 안됐다. 한 20개 이상 기업에 원서를 넣어 봤는데, 당장 서류탈락도 꽤 많았고 인적성 탈락, 코테 탈락 등 많은 탈락을 맛 보았다. "안타깝게도 다음 전형에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가 아마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이 본 문장이 아닐까 싶다. 

 

 

 면접 탈락도 몇번 있었는데 면접 탈락은 받을 때마다 특히 데미지가 컸다. 취업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서류나 코테, 면접 준비 등 소모된 에너지도 많아서, 떨어지면 반작용도 큰 거 같다. 특히, 스스로도 잘 봤다고 생각하고 면접관한테 개발 경험이 풍부하신 것 같다고 칭찬도 받았던 모 면접에서 탈락 통보 받고 나서, 심리적으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이 탈락 통보 이후로 썼던 원서들은 멘탈 나가서 그냥 대충 썼고 전부 서류탈락 했었다 ㅎㅎ...

 

 

 11월 말쯤 되면서 몇개 기업의 전형이 남아있지만 하반기 공채가 대부분 정리되었고, 나는 여전히 대학교에 간판을 걸어논 백수였다. 유명 기업에 입사한 내 주변인들이 정말 대단했던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올해에는 취업을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부모님도 괜찮다고 하셨고 나도 취준생 생활을 시작한지 반년이긴 한데, 이미 내 멘탈은 랭크 게임에서 10연패쯤 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내가 게임에선 화나도 욕 거의 안해서 멘탈은 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다 ㅎㅎ....

 

 

 특히, 나름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어서 이전의 정규직 제안도 거절했던 거기에,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기간까지 백수라는 건 아직 내가 지원했던 유수의 기업들에 들어가기엔 실력이 모자라다는 사실이니까. 마치, 쌩재수 시도했는데 재수도 실패해서, 현실을 인정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갈지 삼수를 할지 결정하는 심정이었다. 싸피나 부트캠프라도 들어가야 하나? 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해봤다. 비참...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나쁜 의미로 별 생각이 안 들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낮은 기업까지 노려봐야 겠다는 생각도 확실히 했다.

 

 

 12월 중순부터는 한 두세개 빼곤 거의 다 끝나서 사실상 거의 포기 상태로, 올해는 그냥 쉬자 하면서 다 때려치고 그냥 놀았다. 아무 기대 없이 시간만 때웠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면접 봤던 기업이 있었는데, 결과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별 생각 없이 이 회사의 불합격 멘트를 상상하며 회사 욕이나 하려고 채용페이지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대신 `축하합니다` ~ 어쩌구가 써있었다.  그래서 이 글이 여기서 끝나게 되었다.

 

 

다음편: https://skyseven73.tistory.com/22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취준했는데, 인터넷으로 정보 찾아보면서 느낀게 요새 개발자라는 직업이 핫한 거에 비해 정보가 엄청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잡코리아 잡플래닛 이런데 면접후기나 인적성후기(IT기업이라면 코테 후기를 보통 여기다 쓰는 것 같다)도 생각보다 쓸만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22년부터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정보를 드리고자 따끈따끈한 21년 하반기 코테 대충 후기를 적고자 한다. 기업별로 쓰는것도 귀찮고 그냥 비슷한 회사들은 코테경향이 다 비슷해서 한꺼번에 써도 상관없을 것 같다.



 솔직히 사람들이 뭘 궁금해 할지 모르겠어서 적당히 쓰고 궁금한거 있으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최대한 답해보겠습니다. 단, 똑같은 답변 두개 달긴 싫고 정보는 평등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 비공개 댓글은 따로 답변하지 않을 예정이니 공개로 달아주세요.

 

 

** 나는 IT 취업 매니저도 아니고 인사담당자도 아니다. 시험 난이도도 당연히 회사 마음이다. 여기 내용은 참고만 하고 맹신하지 말고, 여기 내용 전적으로 믿지 말고(Ex: 이 회사 코테는 쉽다는데 이번엔 개어렵잖아!!) 반쯤 재미로 참고만 할 것!!! **



-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 카카오(블라인드 전형) / 네이버 / 라인 / 네이버클라우드 / 이베이 (A그룹)
- 롯데정보통신 / CJ올리브네트웍스 / LG CNS / SKT (B그룹)

 

 내가 지원했던 기업중에 지금 글을 쓸수 있을정도로 생각나는 데만 적었다. 편의상 A그룹, B그룹이라고 나눴다.
딱 보면 알겠지만 A그룹이 흔히 말하는 IT 서비스 기업들이고 B그룹이 흔히 말하는 대기업 IT 계열사(=거의 SI)들이다.
일단 코테 전에 서류전형이 있기는 하니... 서류전형에 대해서 우선 대충 느낀점은 아래와 같다.

 

A그룹 (IT 서비스 기업) - 서류


 일단 IT 서비스 기업들은 대부분 서류는 그냥 자소서에다 욕이라도 박지 않는 이상 통과시켜준다. 당장 카카오를 비롯해서 몇몇 기업은 아예 시작할떈 자소서를 안 받고 면접 직전에 쓰도록 했다. 서류를 쓰는 기업들도 대부분 질문이 프로젝트 경험을 묻거나, 프로젝트에서 문제해결을 해 본 경험을 묻는 등, 쓰잘데기 없는 질문들 없이 진짜로 이 사람 개발역량만 평가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이 회사들은 자소서 쓰면서 귀찮긴 해도 짜증나진 않았다. 왜냐하면 밑의 대기업 계열사들은 후....

B그룹 (대기업 계열사 = 거의 SI) - 서류

 

 그냥 흔히 생각하는 자소서를 써야한다. 지원동기부터 시작해서, 문제해결경험, 협동을 한 경험, 직무경험, 역경을 극복한 경험 등 회사마다 묻는 것도 다양하다. 솔직히 쓰면서 ㅈ같았다. 물론 똑같은 내용을 수십 군데에다가 적당히 다르게 포장해서 쏴야 하니까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지원 동기를 비롯해서 뭔가 인사담당자 눈에 들도록 별거 아닌것도 잘 포장해야 하고 걍 왜 이짓을 해야하나 생각이 좀 많이 들었다. 이럴때마다 해당 공고의 다른 직무, 특히 영업 등 문과직무 자소서 형식을 보면 "저런 걸 사람이 어떻게 다 쓰지?" 하는 질문들만 가득해서 개발직무 자소서는 그래도 쓸만하구나 하면서 꾸역꾸역 썼다.

 

 

 서류에서도 나름 유의미한 배수로 커트를 하는 편이다. 이건 경험담이라 잘 안다 ㅋ.... 물론 내가 자소서를 그렇게 신경써서 쓰는 타입이 아니라 그렇긴 한데... 아무튼 잘 써야 한다.

 

 


 

코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코테 난이도는 A그룹>>>>>B그룹이다. 나는 음.. A그룹은 떨어진 코테도 반이 넘고 다 푼적이 없는데, B그룹 코테들은 2시간을 다 채워본 적이 없다. 그냥 빨리 풀고 시간 남아서 바로 나갔다. 특히 롯데정보통신 코테는 시작하고 30분동안 못나가는데 그 전에 다풀어서 프로그래머스 기능 구경하며서 시간 때웠던 기억이 난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 - 이건 공채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고, 코딜리티라는 플랫폼을 썼었다. 문제가 죄다 영어라 아마 영어 못하면 힘들수 있는데, 코드포스에서 몇문제 풀어봤던 기억이 도움이 됐다. 문제보다도 영어가 일단 큰 장벽이었는데, 문제는 그래도 공부했으면 풀수 있는 정도로 나왔던걸로 기억한다. 통과했었음.

 

 

카카오 블라인드 2022 - 아주 흥미로웠고, 솔직히 코테가 재밌었다. 1차가 4시간동안 7문제 푸는건데, 당연히 어렵다. 프로그래머스에 기출문제가 다 있으니 보면 되고, 얘네들 특징이 비트마스크 좋아하고 설명충이다. ㄹㅇ 코딩하는 것보다 문제 제대로 이해하는게 더 어려울 정도로 설명이 길고 복잡한 문제가 많다. 설명이 짧으면 코딩이 무진장 어렵다. 


 2차는 알고리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요구사항에 맞춰 자유롭게 코딩하는 문제다. 이게 생소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주어진 상황에서 여러가지 방법을 통해 어떻게 문제해결을 효과적으로 하는 지 평가하는 문제다. 이번에 나왔던 건 매칭 알고리즘 문제였는데, 매칭 관련해서 실력차에 따른 승패확률 등 상황을 전부 부여하고, 유저들의 MMR을 최대한 실제 실력지수에 맞게 추정하는 문제였다. 이것도 5시간인가 엄청 오래 봤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풀었다. 실제 대회 환경에서는 스코어보드라고 해서 실시간으로 다른 사람들의 점수를 볼 수 있다. 이거 때문에 경쟁게임 하는 느낌이라 뭔가 의욕도 생기고 승부욕도 생겼다.


 무엇보다, 절대 100점이 나올수 없는 구조로 정확성과 효율성 사이에서 타협을 하도록 만들어져 있어서, 절대적인 정답이 없다. 이것도 아마 프로그래머스에 올라올 건데 풀어보면 알겠지만 접근 방식이 정말 여러가지가 다 가능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롤이든 옵치든 MMR이 적용되는 게임을 해 봤을 테니 더욱 실생활(?)과 가까운 문제고, 실제로도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문제여서 흥미로웠다. 종료 30분전 기준으로 1000몇명 중 200몇등 했는데 통과함.

 

 

네이버 / 라인/ 네이버클라우드 - 셋 다 따로 신청받고 따로 코테하긴 했는데 다 떨어졌으니 묶어서 설명하자면, 걍 백준이나 프로그래머스 문제 잘 풀고 열심히 알고리즘을 준비해야 한다... 특히 여기는 문제도 어려운데 채점 결과도 안 알려주니까, 빠르고 정확하게 풀줄 알아야 한다. 사실 빠르기는 적당해도 되는데 정확하게 푸는게 ㄹㅇ 중요하다. 코테는 테스트케이스 20개중에 하나만 틀려도 0점이니까... 푼 문제들은 예시 테스트케이스는 다 통과했는데 실제 테스트케이스에서 많이 걸린 것 같다. 

 

 

이베이 - 며칠전에 본거고, 솔직히 최합한 기업이 있어서 그냥 문제 구경만 해봤는데 카카오 3~4번 정도의 문제가 5개 있고 이걸 2시간 안에 풀라고 나왔다. 음... 5솔한 사람은 아마 백준 리더보드에서 볼수있지 않을까?

 



 롯데정보통신 / CJ올리브네트웍스 / LG CNS / SKT 등등 B그룹들은 다 비슷해서 한꺼번에 설명하겠다.

코테 문제는 위에서 말한거처럼 서비스 기업들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그냥 내가 풀면서 든 느낌이 어땠냐면...

 

 A그룹은 이 사람이 진짜 주어진 조건에서 이것저것 예외상황들을 모두 생각하며, 탐색, DP, 정렬 등 알고리즘 지식에 기반하여 상황에 맞는 최적의 알고리즘을 고안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냐? 를 물어본다면,

 

 B그룹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요구사항대로 정확히 구현할 수 있냐? 정도만 물어보는 느낌이다. 특별한 알고리즘이 필요 없이, 그냥 하라는 대로만 정확히 구현하면 따로 효율성 필요 없이 다 풀린다.

 

  대신, 이 기업들은 코테와 더불어 전부 인(적)성검사도 본다.

 

 

롯데정보통신 - 인프라 직무는 알고리즘 문제를 2문제를 줬는데 20분만에 다 풀었다.  대신 네트워크 지식을 묻는 객/주관식 문제를 따로 풀었고, 인성검사도 진행했다. 네트워크 문제는 학부 네트워크 수업 내용 2/3, 하드웨어 비롯한 단순 지식문제 1/3정도로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인성검사는 그냥 일관성 있게 착하게 잘 풀면 해결.

 

 

CJ 올리브네트웍스 - 여기 있는 기업들 중에선 코테가 그래도 좀 난이도 있었다. 사실 3문제 중에 2문제가 쉽고 마지막 3번째 문제가 BFS를 살짝 꼬아놓은 문제라 좀 어려웠다. 인성검사도 그냥 인성검사라 잘 풀면 된다.

 

 

LG CNS - 아... 여기부터 할말이 많다. 코테는 특별히 생각나는 문제 없이 잘 풀었다. 근데 여긴 인성과 더불어 적성검사도 본다. 흔히 타직무들 취준할때 나오는 그 적성검사다.

 비대면으로 진행해서 컴퓨터에 프로그램 깔고 풀었는데, 문제 하나하나는 쉬운데 문제마다 1분씩만 투자해서 풀어야 했다. 그래서 모르는건 바로바로 넘기는 게 전략이다. 어차피 이건 만점이 목표인 시험이 아니니까... 이거땜에 도서관 가서 LG 인적성 책 빌려서 조금 풀어봤는데, 실제로 시험 보니까 비대면 시험 전환 이후 출제경향이 완전히 바뀌어서 문제 난이도가 차원이 다르니 별로 쓸모 없었다. 막 쌓기나무 보여주고 거기에 블럭 몇 개 들어갔나 세어야 하는 문제도 나오고, 거리속력시간 문제도 나오고 해서 중고등학교 다닐때 생각이 났다. 문제는 전혀 어렵지 않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고등학교때 수학 포기하지만 않았으면 충분히 다 풀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거보단 시간관리랑 모르는 문제 나왔을때 바로 넘길수 있는 결단력이 중요하다.

 

 아마 2022년쯤 되면 신경향 반영해서 책 새로 나올거 같으니 그거 참고하면 된다. 나는 사실상 그냥 가서 풀었고 통과했다. 따로 책까지는 살 필요 없을거 같다...라고 말해도 취준생 심리상 불안한게 정상이다. 나도 책사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좀 했었으니까... 솔직히 개발자 취준할때 적성검사를 보는 기업 자체가 극소수라 책을 사기엔 좀 아깝고, 도서관에 구입 신청해서 빌려서 푸는거 추천한다.

 

 

SKT - 여기 코테는 난이도는 평이했는데 되게 실생활이 잘 접목된 문제가 나왔다. 마지막 문제로 오목의 승리조건을 구현하는 문제였고, 다른 문제 중에선 회사 주변 커피숍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들고 나와서 웃겼던 기억이 난다. 

 

 인적성이 아주 ㅈㄹ같았는데, 적성이 많이 매웠다. 그 흔히 문과분들이 준비하는 책 사서 푸는 그런 유형들과 난이도로 나왔다. 이것도 비대면으로 컴퓨터로 봤는데, 사실 문제도 어려웠지만 따로 종이를 못쓰는 환경이고, 컴퓨터로만 그림 그리고 계산하고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데 난 마우스로 뭘 그리는건 정말 못해서 고통스러웠다.

 

 특히 N-back 문제라고 AI면접 경험자분들은 아는 그 게임도 나왔다. 연속적으로 비슷한 그림들 보여주고 이게 n번째 이전의 그림이랑 같은지/다른지 판별하는 문젠데, 유튜브 가서 풀어보면 알겠지만 연습 안하면 풀기 많이 어렵다. 솔직히 떨어졌으니 얘기하지만 이딴거 다신 풀고 싶지 않다. 아무튼 적성은 그냥 싹 조지고 나왔다. 



 그냥 적성검사를 준비하는 것 자체가 SW분야 취준생한텐 너무 계륵인거 같다. 내가 위에서 적성검사 욕을 좀 써놨지만 사실 수천명 지원자 중에서 사람 가리려면 당연히 변별력 있어야 하는건 이해한다. 그런데, SW분야는 타 직무의 적성검사를 거의 코테로 대체해놨고, 극히 일부 기업만 적성검사를 본다. 코테도 준비해야 하는데 적성검사도 준비한다? 취준생활을 연 단위로 하지 않는이상 솔직히 힘들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LG CNS정도의 쉬운 적성검사는 돈아까우니 책은 사지 말라고 했었다. 선택은 본인 몫이다... 

 

 

 

   

 


 

 나는 학교의 현장실습지원 시스템을 통해, 직원수 5명 이내의 조그만 스타트업 기업에서 겨울방학 2달 간 개발 인턴을 수행했다. 회사측에서 주는 돈은 없이, 학교에서 지원하는 인턴 지원금만 받으며 일을 하고, 많은 걸 느꼈는데 그 점들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자 한다.

 

 

 일단 회사는 e-커머스나 타사의 광고대행 등을 맡는 기업이고, 설립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이었다. 직원분들 모두 매우 젊은 분들이었고, 휴게실이나 탕비실은 모두 타 회사들과 공유하는 공유 오피스의 형태였다. 사무실은 넓지는 않았지만 꽤 쾌적했다.

 

 

 하는 업무는 웹 페이지에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트래픽 분석 툴을 삽입하고, 이 정보들로 소비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업무... 라고 인턴 공고 때 봤었다. 사실 이런 업무는 말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론 이미 툴이 다 해주기 때문에, 개발보다는 오히려 마케팅 쪽에 가까운 업무이다. 물론 이 점은 지원할 때부터 알고 있었고, 무언가 그럴듯한 개발 업무를 할 만한 자리는 대부분 취업연계형으로 졸업예정자를 뽑고 있던 지라 그냥 현업만 경험해보고 가자는 느낌으로 지원했다.

 

 

 결과는, 구글 애널리틱스의 'ㄱ' 자도 볼 일이 없었다. 회사에서 타 업체가 사용할 웹 사이트 개발 업무를 수주하게 되어, 나와 다른 SW 인턴 두 분과 함께 해당 사이트 개발 프로젝트를 두 달동안 진행하게 되었다. 정확히 두 달 내내 저 프로젝트를 한 건 아니지만, 거의 80% 이상의 업무가 저 프로젝트와 관련되어 있었으므로 이번 인턴의 메인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다.

 

 

1. 수평적인 분위기의 회사

 사실 이건 기성 회사들도 회사마다 다른 점인데, 일단 스타트업은 대부분 수평적인 분위기로 알고 있다. 일단 대체적으로 나이대가 높지 않다 보니 개인주의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편이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거의 젊은 분들이다. 직접 다녀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일단 사원이 매우 적다 보니 인원 한명한명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게 되고, 딱히 실무진과 경영진이라는 구분이 없다. 그냥 일이 닥쳐오는 대로 다 나눠서 해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사원들 간의 업무의 괴리감 같은 것도 없다. 대표와 팀장, 인턴이 한 자리에서 일하며 직접 의견 교환을 해야 하는 환경이라, 개인적으론 직함의 구분이 잘 안 느껴졌다. 물론 상호간 모든 의사소통은 당연히 존대를 사용했다.

 

 

2. 팀플 이상의 실무 프로젝트 경험

 

 일단 이 회사가 SW와 조금 관련이 있긴 하지만, IT 전문 회사가 아니었다. 이번 인턴모집을 담당했던 컴퓨터공학과 출신직원분은 계셨지만 사내에서 수행하는 직무는 개발 업무가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사내에 개발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이 없었다. 그래서 따로 멘토 없이 SW인턴들끼리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했고, 내가 프로젝트의 팀장 역할을 하게 되어 팀원들 간 업무 분담이나 논의 등을 조율하게 되었고, 나중엔 아예 PM 겸 CTO 역할을 했다.

 

 

 개발 업무는 팀 프로젝트와 거의 유사했다. 주어진 과제를 받고, 학생들끼리 해당 과제에 맞춰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그 내용을 고객사에 발표하는 과정이었다. 나도 방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느낌으로 다녔다. 하지만 팀 프로젝트와 크게 다른 점이 몇 개 있었다.

 

 

 우선, 일반적인 학교 프로젝트는 정해진 주제에 맞춰 어느 정도 고정된 방식으로 해결하는 과정이라면, 회사에서의 개발 업무는 주제만 정해지고 나머지는 전부 자유로웠다. 오히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장 편하게 만드는게 Best였다. 의뢰받은 사이트의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웹개발 경험이 적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고려하여, python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사이트를 제작하면서 기술적인 애로사항이나 모호한 부분에 대한 질문,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사항은 직접 기획자님과 소통하면서 끊임없이 요구사항을 수정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구글 스프레드시트 등의 개발 외적인 툴을 가져와서 사용했다. 

 

 

 두 번째로, PM 역할을 하게 되면서 느낀 것이, 학교 프로젝트와 달리 개발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기획자 등)과 필히 소통을 할 일이 생기는데, 이 사람들에게 우리의 작업을 일상 언어로 표현하는 화법이 필요 했다. 특히, 최종 발표는 우리의 개발 과정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오직 구현 결과물로만 평가하는 사람들이라서, 우리의 작업물을 단순히 표현하는 걸 넘어 멋있게 포장하는 능력이 필요했다. 

 

 

 여기서 가장 도움이 됐던 게 문서였다. 나는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어느 정도 문서를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사람들을 설득할 땐 그냥 줄글보단 수치와 표가 훨씬 효과적이었다. 숫자를 증거로 주장이나 설득을 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해 주었다. 글 쓰는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직접 쓴다는 점으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팀프로젝트 같은 경우엔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바로 버려지는 일이 흔한 데, 내가 회사에서 작업한 결과물들은 단순히 발표하기 위핸 프로젝트가 아니라 단 한명일지라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이 존재하는 프로젝트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유지보수나 관리 등을 위해 로그 작성이나 모듈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무엇보다도  무급으로 일함에도 프로젝트에 애착이 꽤 많이 갔다. 그래서 더욱 신경쓰며 코드를 작성한 것 같다. 특히 모듈화는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됐는데, 회사 특성상 크롤링을 할 일이 많았고 크롤링 프로그램 제작 요구가 몇 건 있었는데 첫 프로그램 개발 때 직접 작성한 모듈을 인턴 프로그램 내내 사용했다.

 

 

3. 실무 경험

 2번이 개발의 의미에서 실무라면, 여기는 그냥 일반적인 의미의 실무이다. 사내에서 slack이나 notion, asana 같은 업무용 툴을 많이 사용했는데, 각 툴마다 특징이 있다. 저런 툴은 학교 생활할땐 사용해 볼 일이 전혀 없는데, 저 툴들을 사용해 본다는 경험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보통 저런 툴은 사용하더라도 특별한 일 없으면 개인용 무료 버젼을 이용하는데, 회사에서는 기능이 추가된 유료 버젼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여러 신기한 기능들도 많이 사용해 보았다.

 

 

 e-커머스 회사다 보니 회사에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의 쇼핑몰에 제품을 올리고 판매하는 일이 주 업무이다. 크롤링을 위해 이런 쇼핑몰 계정에도 조금 손댈 일이 있었는데, 대충 이런 쇼핑몰들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 지도 이해하게 되었다. 소소하지만 언젠간 이런 지식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위에서 설명한 대로 직급만 인턴이고 월급을 제외하면 정직원과 거의 동일한 처우를 받고, 담당 업무도 정직원과 비슷했다. 이게 개인적으론 가장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프로젝트 수주 회의에서 요구 사항을 기술적으로 검토하며 문제점을 설명하기도 했고, 기획자님에게 직접 어떠어떠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지시도 해 보고, 직접 고객사까지 가서 30분 정도 프레젠테이션(하고 조기퇴근...)까지 해 봤었다. 이런 경험은, 인턴 한명한명도 실무에 바로 투입하는 스타트업이라서 가능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일을 하는덴 어느 정도 열정과 약간의 지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다.

 

 

 무급 인턴이라 금전적으론 아무런 보상이 없었지만, 이러한 열정과 성과에 힘입어, 며칠간의 재택 근무(!) 등을 얻어내는 등 인턴으로서 생각할 수 없는 많은 혜택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사실 이만큼 인턴들도 존중해 주는 분위기라서 열심히 일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사람들 고생하는 거 보면서 돈 버는 게 새삼 힘든 일이라고 느꼈다...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

 

 

 

 

 

4. IT 스타트업이 아니라서...

 

  위에서 말했듯이 멘토가 없이 내가 PM의 역할을 했다. 프로젝트 설계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고 실제로 90% 이상의 프로젝트 설계가 내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진행하면서 무언가 막힐 때마다 항상 "내가 어딘가 잘못한 걸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무슨 에러가 난다는 구글에 검색할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한 이 방법이 옳은가? 더 나은 프로세스는 없는가?' 라는 질문엔 어디서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멘토가 없다는 점이 여기서 가장 큰 체감이 되었다. 심지어 내가 짜는 코드가 옳은 지도 확신이 안 들었다. 혹시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매일 코드를 짜다가, 그 방식이 습관이 되어 버리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 개발 전문 회사가 아니다 보니 딱히 사내 가이드라인 같은 것도 없었고, 오히려 내가 가이드라인을 작성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글에다가도 검색해 보고, 가끔은 아는 선배분들께 조언도 구해보면서 나름대로 최선의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또, 개발 관련 회사가 아니기에 당연하겠지만, 처음 회사에 들어왔을 땐 사내에 개발 관련한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었다. 심지어 협업을 할 수 있는 버젼관리 툴도 없었고, 회사에서 사용하는 AWS EC2 인스턴스도 이전 여름 인턴분들이 하고 가신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참고로 저 EC2 인스턴스 같은 경우엔 비밀 키마저 잃어버려서 접속이 안 됐고, 반나절동안 비밀 키를 초기화하는 작업을 수행했었다. 그래서 처음 프로젝트를 요청받았을 때, 우선 회사의 github 계정을 만들었고, 그 계정으로 private 레포지토리를 생성하는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는 게 시작이었다.

 

 

 이렇게 IT 관련 인프라가 전무하다 보니,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나쁜 의미로 학교 팀플처럼 진행되었다.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할 일 없이, 두 달 내내 python과 git이라는 익숙한 기술들만 활용해서 작업하게 되었다. 체계적인 모듈을 활용한 테스트나 상호간 코드 리뷰같은건 엄두도 못 냈다. 물론 내가 이런 걸 하자고 제안하기엔 시간적, 인적 제약도 있고 인턴이라는 위치상 곤란했다. 물론, 이런 것 없이도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 되었지만, 개발 과정 자체는 그냥 학교 프로젝트를 하나 더 한 느낌에 가까웠다. 무언가 실무 테크닉이나 기술, 업무 문화를 경험해보고자 했던 나한텐 가장 아쉬운 점이었다.

 

 

 

 

 

5. 결론

 

 위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인턴보다는 정직원에 가까운 실무 경험

+ 수평적인 분위기

 

? 다양한 경험. (순수하게 기술만 경험하고 싶은 사람한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 사내 기술/인프라의 부족

 

 개인적으론 매우 뜻깊고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회사 사람들도 매우 좋았고 좋은 추억만 남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냐고 말하면 대답은 Yes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 초보자이고, 아직 많은 걸 배워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좀더 뛰어난 사람들 밑에서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반드시 SW 관련 회사에 들어가는 게 내 미래를 위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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