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모 대기업 계열 SI회사에 입사해서 다니고 있는데, 그 때까지의 과정을 간단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있고, 나한테는 나중에 추억회상용으로 읽기 좋을거 같고, 몇몇 분들에겐 재밌는 읽을거리이지 않을까 싶다. 

 

 

 2021년 초(~5월)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그 때부터 나는 취업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졸업까진 꽤 시간이 남았고 무엇보다 아직 취준 시작이라는 느낌에 크게 부담은 없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누구나 SKY를 노리듯이, 나도 이 때는 한창 유명하던 네카라쿠배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다른 기업들보단 네카라에만 지원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들은 서류전형의 중요성이 매우 낮아 코딩테스트까진 무조건 갈 수 있기 때문에, 코딩테스트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메리트가 있었다.

 

 

 사실 그때는 알고리즘 자체를 몇문제 풀지도 않았고, 공부도 체계적으로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가서 풀어도 4문제중에 한문제 풀면 다행이다 생각할 정도로 결과는 항상 처참했고 한번도 면접까지 뚫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결과는 크게 상관 없었다. 지금의 내 실력을 확인하는 선에서, 참가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으로, 실전 감을 잡는 모의고사 용도로 시험을 봤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각 계열사마다 인턴이니 뭐니 해서 은근 시험을 볼 기회가 많았어서 꽤 많은 시험 경험, 다양한 플랫폼을 경험해 봤다. 

 

 

 

2021년 중(5월~8월)

 

 

 그래도 이쯤 되니까 코딩 테스트가 몇개쯤은 뚫리기 시작했다. 이맘때쯤 한 면접을 3개쯤 봤다. 나는 대학도 정시로 왔고, 특별한 다른 대외활동을 한 적도 없어서 공군 면접과 알바 면접 말곤 면접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처음 면접 간 회사에서 간단한 자기소개 해보라고 했을때, 따로 준비한게 없어서 어버버하며 임기응변으로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여기서 조금 데이고 나서 그 뒤의 면접들은 자기소개 멘트를 외워가며 좀 더 제대로 준비했다.

 

 

  면접봤던 기업 중, 100명 규모의 스타트업 회사에 면접에 합격했다. 그래서 여름방학 두 달 동안 인턴으로 일했다. 솔직히 기대했던 거보다 엄청 특별한 일을 하지도 않았고, 인턴이다 보니 따로 실무를 경험한 건 아니다. 그래도, 알바나 개인 프로젝트보다 훨씬 제대로 된 사회경험 및 개발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어서, 의미있고 값진 시간이었다.

 

 

 이후, 여기서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았다. 기술 스택, 회사에 대한 인상이나 업무 프로세스, 일하는 사람들은 매우 괜찮았기에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했지만, 내 생각보다 적은 규모의 연봉이 발목을 잡았다. 네카라쿠배 이런 기업들에는 당연히 못 미칠 거로 예상했지만, 내 생각보다 제안받은 금액이 작아 조금 당황스러웠다.

 

 

 나는 신입이다보니 업계의 평균 연봉같은건 당연히 몰랐다. 그래서 이 때부터 주변에 수소문을 하며 의견을 물었다. 확인해 보니 일반적인 중소기업보다는 높은 금액을 제시받은건 맞았다.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일단 들어간 후, 중고신입으로 서비스 회사에 이직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일을 해보니까 집에 가면 거의 피곤해서 항상 뻗는 일이 다반사였다. 인턴이라 야근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경험으로 봤을 때, 정규직으로 일하면 낮에 일하고 밤에 따로 이직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건 명백했다.

 

 

 그래서 생각한 다른 방법, 퇴직후 재취준 역시 선뜻 고르기 어려웠다. 내가 다시 취업준비를 해서 여기보다 좋은 자리에 갈 수 있을까? 다시 말해, 내가 정말 여기보다 좋은 자리에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는가? 그리고, 취업준비를 하면 당연히 그 동안 백수로 지내는 건데, 내가 나이가 적은 편도 아닌데 취업이 오래 걸린다면 그 동안 커리어에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그냥 여기서 1년이라도 경력 쌓고 중고신입으로 들어가는게 쌩신입보다 훨씬 편하지 않을까? 등등.. 많은 의문이 들었고 나는 여기서 어떤 질문에도 편하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정규직 제안 이후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주변에 자문도 구하고 혼자서도 고민하고 인터넷도 찾아 보며, 며칠동안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부모님께도 여쭤봤는데 내가 원하는 대로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마음이 바뀌었다. 아마 올해 했던 고민중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을 건데, 재미있게도 내가 대입 때 했던 고민이랑 비슷했다.

 

 

 나는 고3때 수능을 좀 망쳤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 나왔다. 그래서, 반수를 할 생각으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지원했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로 한 400만원 박혀서 오니까 정신이 확 들었다. 이 돈이면 재수학원에 드는 돈이랑 비슷한데, 어차피 반수로 탈출할 거면 그냥 이 돈을 재수학원에 넣는게 훨씬 돈과 시간 절약에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물론 반수가 아니라 쌩 재수라는게, 돌아갈 곳이 없는 거니까 리스크도 당연히 크다. 하지만, 그냥 반수라는 애매한 입장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았고, 할 거면 제대로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 결국 대학 등록을 포기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했었다. 내가 현역때 잘못했던 점을 피드백 하면서 악착같이 공부했고, 성적을 올려서 결과적으로 이 때는 성공했다. 
 여담으로, 이 재수 얘기 자소서에 가끔 쓰는데... 인사담당자들은 이런 얘기 식상해서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다^^;

 

 

 그리고, 주변인들한테 조언을 구하다가 들은 한 마디가 기억에 남았다. "나의 초봉이, 회사에서 평가한 내 가치이다." 즉 나는 딱 그 정도 금액의 사람이라고 평가된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니까, 어느 정도 오기가 생겼다. 나는 정말 이 정도 능력만 가진 건가? 그래서, 나는 내가 좀더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증명하고 싶어졌다. 지금 제시받은 금액도 작진 않지만, 나는 이거보다 더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 한번 비슷한 상황에서, 선택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취업까지의 일대기를 다룬 이 글은 계속된다.

 

 

 

2021년 말(9월~12월)

 아침에 출근 안하고 푹 자니까 기분이 좋았다. 역시 사람은 이불 밖에서는 살기 힘들다. 그래도 취준은 해야 하니까 이제 다른 의미로 바쁘다. 학교는 막학기라 교양 한과목만 등록해놓고 이것도 비대면이니 사실상 백수나 다름없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취준하면서, 유명 서비스 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 SI사들도 찾아 보면서 원서 뿌리고 다녔다. 마침 하반기 공채시즌이라 꽤 많은 공고가 떴다. 네카라도 전부 공채도 떴다.

 

 

 코테보고, 자소서쓰고 하니까 금방 금방 시간이 갔다. 생각보다 자소서 문항이 비슷한게 많아서, 적당히 문항 보고 예전에 작성한 답변 붙여넣고 다듬는 식으로 작업했다. 나름 코테도 합격한 경험 있고, 개발 프로젝트 경험도 몇개 있어서 경험 소개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몇몇 기업에 면접까지는 가게 되었다. 특히 중간에 카카오 공채를 봤는데, 2차 코테까지 뚫으면서 내 알고리즘 능력은 문제 없다고 확신하면서 자신감도 잠시나마 가졌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벽은 높았다. 뉴스는 요새 개발자 모자라서 그냥 대학만 졸업하면 아무 데서나 모셔간다는데, 막상 원서 넣고 다니다 보니까 전혀 체감 안됐다. 한 20개 이상 기업에 원서를 넣어 봤는데, 당장 서류탈락도 꽤 많았고 인적성 탈락, 코테 탈락 등 많은 탈락을 맛 보았다. "안타깝게도 다음 전형에 귀하를 모시지 못하게 되었습니다"가 아마 이 기간동안 가장 많이 본 문장이 아닐까 싶다. 

 

 

 면접 탈락도 몇번 있었는데 면접 탈락은 받을 때마다 특히 데미지가 컸다. 취업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이고, 여기까지 오는데도 서류나 코테, 면접 준비 등 소모된 에너지도 많아서, 떨어지면 반작용도 큰 거 같다. 특히, 스스로도 잘 봤다고 생각하고 면접관한테 개발 경험이 풍부하신 것 같다고 칭찬도 받았던 모 면접에서 탈락 통보 받고 나서, 심리적으로 충격이 컸던 것 같다. 이 탈락 통보 이후로 썼던 원서들은 멘탈 나가서 그냥 대충 썼고 전부 서류탈락 했었다 ㅎㅎ...

 

 

 11월 말쯤 되면서 몇개 기업의 전형이 남아있지만 하반기 공채가 대부분 정리되었고, 나는 여전히 대학교에 간판을 걸어논 백수였다. 유명 기업에 입사한 내 주변인들이 정말 대단했던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올해에는 취업을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부모님도 괜찮다고 하셨고 나도 취준생 생활을 시작한지 반년이긴 한데, 이미 내 멘탈은 랭크 게임에서 10연패쯤 한 걸레짝이 되어 있었다. 내가 게임에선 화나도 욕 거의 안해서 멘탈은 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보다 ㅎㅎ....

 

 

 특히, 나름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감이 있어서 이전의 정규직 제안도 거절했던 거기에,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 기간까지 백수라는 건 아직 내가 지원했던 유수의 기업들에 들어가기엔 실력이 모자라다는 사실이니까. 마치, 쌩재수 시도했는데 재수도 실패해서, 현실을 인정하고 성적에 맞춰 대학을 갈지 삼수를 할지 결정하는 심정이었다. 싸피나 부트캠프라도 들어가야 하나? 라는 고민도 진지하게 해봤다. 비참...까지는 아니지만 그냥 나쁜 의미로 별 생각이 안 들었다. 내년에는 조금 더 낮은 기업까지 노려봐야 겠다는 생각도 확실히 했다.

 

 

 12월 중순부터는 한 두세개 빼곤 거의 다 끝나서 사실상 거의 포기 상태로, 올해는 그냥 쉬자 하면서 다 때려치고 그냥 놀았다. 아무 기대 없이 시간만 때웠다. 그런데, 맨 마지막에 면접 봤던 기업이 있었는데, 결과 나왔다고 문자가 왔다. 별 생각 없이 이 회사의 불합격 멘트를 상상하며 회사 욕이나 하려고 채용페이지 들어갔는데, `안타깝게도` 대신 `축하합니다` ~ 어쩌구가 써있었다.  그래서 이 글이 여기서 끝나게 되었다.

 

 

다음편: https://skyseven73.tistory.com/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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